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금융 불안에 휩싸인 신흥시장국이 향후 유가 급등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이라는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경고했다. 글로벌 자금 이탈로 통화가치가 급락한 탓에 자국 통화로 환산한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북해산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한 터키의 원유 도입 가격은 올 들어 배럴당 250리라에 근접, 2008년 기록했던 최고치를 경신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원유 도입 가격 역시 최근 1200랜드 근처에서 움직이며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작년 말에 2008년 세웠던 기록을 갈아치웠다. 1년 만에 20~25% 정도 오른 셈이다.

이들 신흥국의 원유 도입 단가가 이처럼 치솟고 있는 것은 통화가치 하락 때문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2011년 초 이후 3년여간 횡보를 거듭해왔다. 2008년 기록했던 최고치와 비교하면 30%가량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들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최근 1년여 만에 15~35%가량 급락하는 바람에 자국 통화를 기준으로 환산한 원유 도입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원유 도입 가격이 급등하자 각국 정부는 보조금 정책을 통해 자국 내에서 유통되는 원유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묶어 놓고 있다. 그러나 재정 부담 가중으로 이 같은 보조금 정책을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