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일(현지시간)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 ‘슈퍼볼’에서 TV 광고를 내보내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2012년과 2013년엔 스마트폰 광고를 슈퍼볼 중계방송 때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슈퍼볼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1억명이 시청하는 초대형 스포츠 행사 중 하나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매년 2월 슈퍼볼 광고에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투자한다. 삼성의 경쟁자인 애플이 1984년 슈퍼볼에서 내보낸 매킨토시 광고는 업계의 전설로 남아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슈퍼볼 광고를 처음 내보냈다. 슈퍼볼 사상 가장 긴 90초짜리 광고시간을 사서 애플을 조롱하는 듯한 갤럭시노트1 광고를 내보냈다. 작년에도 NBA 스타 레브론 제임스 등이 나온 갤럭시노트2 광고를 띄웠다.

하지만 올해는 광고를 없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통신법인(STA)에서 내린 전략적 결정”이라면서도 구체적 이유에 대해선 함구했다. 업계에선 성장이 둔화된 미국 스마트폰 시장 판도와 슈퍼볼 방송의 비싼 광고단가를 감안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올해 슈퍼볼 광고는 30초에 400만달러(43억원). 삼성이 90초짜리 광고를 했다면 제작비를 뺀 광고비만 130억원을 내야 했다.

삼성은 지난 1월24일 지난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 모바일 부문의 마케팅비를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미국 등 선진시장보다 중국, 인도 등 중저가폰이 잘 팔리는 신흥시장에 집중키로 한 전략도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현 시점에서 딱히 마케팅할 전략 제품이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3를 작년 9월에 출시했으며 차기 제품인 갤럭시S5는 다음달께 유럽에서 공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도 공격적으로 슈퍼볼 광고를 내보냈다. 현대차는 1, 4쿼터에 제네시스와 엘란트라 광고를 각각 집행했다. 기아차는 3쿼터에 K9 광고를 내보냈다. 올해 슈퍼볼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광고 대전’이었다는 점에서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또 스마트폰 시장과 달리 미국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광고비를 아끼지 않는 이유로 풀이된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슈퍼볼이 열린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레더퍼드 메트라이프스타디움을 찾아 경기를 관람했다. 미국 1위 통신사 버라이즌의 로웰 매커덤 회장의 초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유창재 특파원/김현석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