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앞두고 대형마트 오리·닭 남아돌아 '속앓이'
[ 노정동 기자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설 명절을 불과 사흘 앞둔 대형마트 3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식품당국이 AI에 감염된 닭과 오리는 유통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AI에 대한 고객들의 막연한 공포심에 오리고기와 닭고기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29일 이마트에 따르면 AI 발병 이후인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오리고기와 닭고기의 매출액은 발병 직전 열흘 간보다 각각 43%와 13% 떨어졌다.

특히 AI 전국 확산 가능성 소식이 퍼진 지난 26일 오리고기와 닭고기의 매출액은 발병 전 일요일인 지난 12일보다 각각 70%와 22% 급감했다.

이마트의 경우 AI 발병 둘째주 주말인 지난 25~26일의 오리고기와 닭고기의 매출액이 발병 후 첫째주 주말보다 각각 33%포인트와 3%포인트씩 더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매 감소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오리고기와 닭고기의 매출액이 발병 직전주보다 각각 20.2%와 5.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AI 발병 초반만 해도 매출에 큰 변화가 없었던 홈플러스도 같은 기간 오리고기와 닭고기의 매출액이 2주 전보다 각각 36%와 18% 줄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식품당국은 AI에 감염된 닭과 오리는 유통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막연한 공포감이 오리고기와 닭고기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7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할 경우 건강에 아무런 지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AI가 확산될 수록 소비자들이 '혹시 모른다'는 공포감에 오리고기 구매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매출 감소는 판매 부진에 따른 것이지 정부의 일시 이동중지 명령(스탠드스틸)에 따른 공급 부족 때문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형마트는 일단 '설 대목'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재고 물량에 대해선 원칙에 따라 전량 폐기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소비자가 안심하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안전성 제품 홍보물을 배포하고, 판매사원을 통해 안심 조리법 등도 알릴 계획이다.

이번 AI는 지난 16일 전북 고창의 한 오리 농가에서 첫 의심 신고가 들어온 이후 부안, 고창, 군산, 서천 등으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전남 해남, 충남 부여에서 AI가 확인됐고 현재 경기 화성의 시화호까지 확산된 상태다.

정부는 전날 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기도와 충청남북도, 대전광역시에 '일시 이동중지 명령(스탠드 스틸)'을 내렸다. 이는 지난 19일 전남·북과 광주 지역에 스탠드 스틸을 내린 데 이어 두번째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