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처럼 학점 3.0 넘으면 누구나 응시 가능
SSAT 평가영역 5개로 늘리고 인문학 문항 확대


삼성그룹이 새로 도입하려던 대졸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모두 백지화함에 따라 삼성 입사를 준비해온 취업준비생들이 또 한바탕 혼란을 겪었다.

삼성이 15일 내놨던 채용제 개편 계획을 2주도 안 돼 사실상 폐기했기 때문에 이제 취업준비생들은 예전처럼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와 면접에 집중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미래전략실 이인용 사장은 28일 "우선 명확한 것은 올해 상반기 채용은 작년 하반기에 했던 대로 한다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삼성의 '대학 줄세우기'라는 비판을 불러온 '대학총장 추천제'다.

대학총장 추천제가 집중 부각되기는 했지만 사실 삼성이 이번에 마련했던 새 채용제도의 핵심은 아니다.

삼성이 추진하려던 새 채용제도의 골자는 1995년 열린채용 체제로 전환하면서 폐지했던 '서류전형'의 부활이었다.

원래는 학점 3.0, 직무별 어학능력, 대학졸업(예정) 등 기본 조건만 충족하면 모두 필기시험인 SSAT 응시자격을 줬는데, 사전 전형을 통해 SSAT 응시자를 선별할 수 있게 선발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삼성 입사를 위한 관문을 'SSAT-면접' 두 단계에서 '서류전형-SSAT-면접' 세 단계로 늘리겠다는 것으로, 한해 SSAT에 20만명이나 몰리는 부작용을 막아보려는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서류전형을 그냥 부활시킬 경우 특정 대학·지역을 우대한다는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있었다.

이 때문에 마련한 보완책 중 하나가 바로 대학총장 추천제였다.

각 대학별로 추천권을 할당해 추천을 받은 지원자에게는 서류전형을 통과한 것과 같은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응시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이었다.

총장 추천 외에 다른 보완책으로는 선배 직원을 출신 대학으로 보내 후배 지원자와 면담하고서 결과에 따라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주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총장 추천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삼성의 모든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보완책이던 총장 추천제뿐 아니라 핵심인 서류전형 도입 자체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채용제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삼성 입사 지원자들도 2주 만에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제 예전처럼 학점 3.0에 어학성적만 있으면 사전 전형 없이 모두 상·하반기 두 차례 치르는 SSAT를 볼 수 있게 됐다.

당장 올 상반기 채용부터 적용된다.

삼성 입사를 준비해온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서 보면 서류전형을 위해 별도로 준비해야 했던 세부 학업내역이나 가치관 평가를 위한 에세이, 사전면담이나 실기테스트 등 낯설게 느껴졌던 다면적 평가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종전대로 SSAT와 면접에 집중하는 방식의 입사 준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원자의 종합적·논리적 사고력을 비중 있게 평가하기 위한 SSAT 내용 개편은 그대로 추진된다.

이번 채용제도 논란과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 SSAT는 언어·수리·추리·상식 4가지 평가 영역으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에 공간지각능력이 추가된다.

상식 영역에 역사를 비롯한 인문학적 지식에 관한 문항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전문적인 지식 외에 보편적인 교양에 대한 평가도 강화한다.

앞서 삼성은 새로운 SSAT는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는 장기간의 독서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고력을 함양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안내했다.

삼성 관계자는 "서류전형 부활을 골자로 한 채용제도 개선 계획은 전면 중단됐지만, 획일화된 스펙보다는 창의적이면서도 전문성과 보편적 교양을 갖춘 인재를 뽑겠다는 삼성의 인사정책의 원칙은 유효하기 때문에 지원자들이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