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개인정보 불법유통·활용 차단조치 이행점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신 위원장 오른쪽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개인정보 불법유통·활용 차단조치 이행점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신 위원장 오른쪽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당국의 전화영업 제한에 대한 외국계 보험사들의 반발은 이례적인 일이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인 만큼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한·미 통상문제로까지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와 라이나생명 ACE손해보험 AIG손해보험 사장은 이날 가진 긴급회동에서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이번 조치가 법적인 근거가 부족한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암참 간사인 AIG손보 사장의 건의로 소집됐으며 참석자들은 회의 전에 외국계 보험사들로부터 관련 의견을 두루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법적 근거가 희박한 데다 합법적인 영업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들 3개사는 전화영업 비중이 70% 이상으로, 금융위원회가 전속 텔레마케팅(TM)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해 준 7개사에 포함된 업체들이다. 하지만 카드사 홈쇼핑 캐피털사 등을 통한 이른바 ‘비전속 TM’은 일괄 금지되기 때문에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TM 비중이 90%를 웃도는 라이나생명의 경우 5400명의 TM 인력 중 2800명이 비전속이다. AIG손보도 TM의 80%가량이 비전속 채널이다.

이날 암참 회의와 별개로 AIA생명은 금융위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냈다. 서한은 글로벌 본사인 AIA아시아 대표 이름으로 국내 법률 대리인을 통해 금융위로 전달됐다. AIA는 서한에서 조속한 철회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내 보험사 관계자는 “국내사들은 불만이 있어도 눈치를 보며 금융당국에 협조하는 데 비해 외국계는 좀 더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례적인 집단반발 움직임이 한·미 통상마찰로 진행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암참에서 현 상황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으며, 일부는 강경대응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외국계를 타깃으로 한 게 아니라 국내 보험사에도 다 적용되기 때문에 한·미 FTA 조항 등에도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며 “오해가 없도록 충분히 설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정/류시훈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