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의 지방은행 계열사인 경남은행·광주은행 매각이 암초를 만났다.

두 지방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정해져 예상대로 순항할 것 같았지만, 세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막판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13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경남·광주은행 매각의 선결 조건인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개정이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안종범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특법 개정안은 우리금융의 경남·광주은행 분할을 '적격 분할'로 간주, 이연 법인세를 내지 않도록 하는 게 골자다.

현행 조특법을 보면 우리금융은 경남·광주은행을 분리해 KNB금융지주와 KJB금융지주로 분할할 경우 매각 대금의 ⅓에 해당하는 6천50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분할과 동시에 예금보험공사가 이들 두 금융지주(KNB·KJB)를 매각할 경우 이연 법인세 감면 요건인 적격 분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우리금융 민영화를 발표하면서 국가적 차원의 사업인 만큼 두 지방은행 분리를 적격 분할로 인정, 법인세를 예외로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도 이에 대부분 수긍해 조특법 개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경남 지역의 정치권이 제동을 건 것이다.

경남 지역 정치인과 상공인들은 경남은행 인수자로 BS금융지주가 낙점되자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애초 '지방은행의 지역환원' 차원에서 경남은행을 경은사랑컨소시엄에 넘겨야 한다고 끈질기게 주장해왔다.

최종 입찰가격을 가장 많이 써낸 BS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지자 이번에는 조특법 개정을 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특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우리금융 이사회로서는 세금 부담 탓에 경남·광주은행 분할을 중단하고, 결국 두 지방은행의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7일 조특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이사회 결의로 경남·광주은행 분할을 철회할 수 있도록 분할계획서를 변경했다.

이헌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페이스북에서 "국익에 반하고 지역 민심과 표만 의식해 입법을 저지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지방의원"이라고 꼬집었다.

두 지방은행을 분할하면서 돈 한 푼 들어오는 게 없는데도 막대한 세금을 낼 경우 우리금융의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소액주주의 소송이 제기될 우려도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특법 개정이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한 탓인지 의원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방은행 분할 무산으로 매각이 중단되면 지역구 표심에만 몰두하는 정치인들이 일을 그르쳤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을 우려가 있다.

더구나 경남 지역에서 주장하는 지방은행 지역환원의 근거가 뭔지 뚜렷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이헌 사외이사는 "'지방은행의 지역환원' 주장은 모든 시, 군, 마을, 동네에도 독자적인 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도 "대출이 가능하면 어느 은행이든 대출하려고 경쟁한다"며 "지방은행이라고 낮은 금리로 안 되는 기업에 해주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특법 개정이 무산되더라도 한 번 착수한 지방은행 매각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금융으로선 현실적으로 '세금 폭탄'을 감수하고 지방은행을 분할할 수밖에 없다.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11일 그룹 임직원, 계열사 대표와 함께 태백산을 올라 '심기일전'을 거듭 다짐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