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한류 이제부터다] 은행 해외점포 148곳…외환위기때의 절반 수준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마다 세우는 경영계획에는 해외 진출 전략이 단골 메뉴로 포함돼 있다.

하지만 화려한 청사진과 달리 실적은 초라하다. 은행들의 해외 점포는 작년 9월 말 기준 148개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257개에 여전히 못 미친다. 수익성은 더 별 볼일 없다. 해외 점포가 132개이던 2011년 당기순이익은 7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2년에 점포 수는 142개로 늘었지만 순이익은 6억4000만달러로 감소했다. 작년 상반기에는 2억8000만달러로 더 쪼그라들었다.

뿐만 아니다. 해외 점포의 자산과 수익, 인원수 등을 감안해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초국적화 지수(TNI)’는 더 형편없다. 2012년 말 기준 HSBC은행과 씨티은행의 TNI는 각각 64.7%와 43.7%에 달했다. 반면 국내은행(2013년 6월 말 기준)은 4.8%에 불과했다. 국제화 정도가 씨티은행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과 영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한국 기업만을 겨냥한 소극적 영업 전략 △단기적인 진출전략 △현지 금융당국과의 네트워크 단절 및 과도한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해외 점포가 북미와 아시아에 집중돼 있는 것이 이런 영업행태를 반영한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제한된 수의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국 금융사들끼리 현지에서 고객을 빼앗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단기적 전략도 문제로 꼽힌다. 문화가 다른 해외에서 자리 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기간 내 성과가 나지 않으면 영업을 축소하거나 접어버린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가 4년 만에 홍콩 영업을 사실상 접은 삼성증권이 대표적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