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5세 시민운동가, 비트코인 거래 추적 어렵게 할 목적

작년 3D 프린터로 권총을 만드는 방법을 인터넷에 배포해 세계를 놀라게 한 미국의 20대 시민운동가가 이번에는 비트코인의 거래 익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3D 프린터 총기 제작 운동을 한 비영리 단체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Defense Distributed)의 창립자 코디 윌슨(25)은 유명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비밀거래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이 3일 보도했다.

비트코인은 사용자의 컴퓨터 사이를 오가는 '피어투피어(P2P)' 방식의 암호 화폐로 이미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실제 돈처럼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익명의 인터넷 지갑(wallet)을 오가는 구조지만 화폐 사기를 막고자 지갑 사이의 거래 기록을 몽땅 '블록체인'이라는 디지털 장부에 저장한다.

즉 특정 인물이 어떤 익명 지갑을 쓰는지를 알면 사법 당국이 블록체인을 뒤져 돈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

윌슨의 프로그램은 블록체인의 기록에 암호를 적용해 익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프로그램 이름은 '다크 월렛'(Dark Wallet·어두운 지갑)으로 기존 비트코인 지갑에 비밀 보장 기능을 더했다는 뜻이다.

미 텍사스주(州) 오스틴에 사는 윌슨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으로 몰래 마약을 사라는 뜻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런 걸 할 수 있는 자유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윌슨은 현재 반(反)체제 성향의 컴퓨터 개발자 10여 명을 이끌며 다크 월렛의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고 올해 초 프로그램을 무료로 보급할 예정이다.

윌슨은 텍사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다니다 3D 프린터로 총을 제작하는 '위키 웨폰' 프로젝트에 몰두해 작년 5월 학교를 중퇴했다.

그는 '누구나 자신을 지킬 권리가 있다'면서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권총의 3D 프린터 제작도를 인터넷에 올려 반향을 일으켰지만 미 국무부의 명령으로 결국 해당 콘텐츠를 삭제했다.

윌슨의 활동은 급진 자유주의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 비트코인은 중앙 발행 기관이 없다는 특성 때문에 국가가 주도하는 통화 제도를 반대하는 이들의 지지를 받는 기술이었다.

윌슨의 단체인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는 웹사이트에서 다크 월렛을 설명하면서 "국가가 중앙 집권적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한다"며 "불복종이 유일한 돌파구"라고 주장했다.

윌슨은 비트코인을 받고 마약 등을 팔았다는 혐의로 폐쇄된 인터넷 장터 '실크로드'의 운영자 로스 윌리엄 울브리히트(29)를 위해 변호사 선임도 도왔다.

개인 자유 수호라는 대의를 위해 올브리히트 구명에 나서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윌슨은 자신의 정치 성향을 규정하기를 거부했다.

다만, 텍사스대 오스틴 교정 인근에 있는 윌슨의 아파트 책장에는 신자유주의의 원조 격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저서 '예종(隸從)의 길'과 여러 총탄이 놓여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윌슨은 "내 활동 방식의 특성은 분란을 일으키는 것(crisis-forcing)"이라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