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엔화가치는 달러당 20엔 이상 떨어졌다. 내년에도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만큼 변동폭이 크진 않겠지만 방향성만큼은 엔화 약세일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 최근 들어 고용 소비 등의 측면에서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지표가 속속 발표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장기금리의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2년5개월 만에 연 3%대로 높아졌다(국채 가격은 하락). 안전 위주의 채권 시장에서 위험자산인 주식 등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일본 장기금리(국채 10년물 수익률)는 여전히 연 1%대 아래에서 저공비행하고 있다.

일본이 추가적인 양적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도 엔화가치 약세를 점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일본은 내년 4월부터 소비세율이 현행 5%에서 8%로 인상된다. 내수가 위축될 공산이 크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로 겨우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경기가 추락하지 않도록 갖가지 대책을 준비 중이다. 5조5000억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이미 발표했고, 내년 2분기(4~6월) 성장률이 예상외로 급락할 경우엔 곧바로 양적완화 대책까지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무역수지가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것 역시 엔화가치가 오르기는 힘든 배경이다. 재작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일본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이는 무역수지 적자의 주범이다. 일본의 올 1~11월 중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조3093억엔 증가했다. 이 중 60% 이상인 2조9130억엔이 광물성 연료 수입액 증가 때문이었다.

일본 민간연구소들은 대체로 내년도 엔화가치가 달러당 105~110엔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