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선물거래서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바쁘게 주문을 넣고 있다. 이날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QE) 축소를 발표하면서 세계 주식·채권시장이 들썩였다. 시카고UPI연합뉴스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서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바쁘게 주문을 넣고 있다. 이날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QE) 축소를 발표하면서 세계 주식·채권시장이 들썩였다. 시카고UPI연합뉴스
올해 국채시장에서 ‘신흥국’은 극도로 부진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5월 양적완화(QE) 출구전략을 예고한 것이 계기였다. 미국의 QE로 풀린 돈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에서 급격히 빠져나갔다. 이 돈은 키프로스 그리스 등 구제금융으로 연명하고 있는 유럽의 문제아들에게 수혈됐다.

한국경제신문이 22일 국채를 발행하는 주요 62개국을 분석한 결과 2013년 국채 금리가 가장 많이 오른(국채가격 하락) 국가는 브라질이다. 올해 초 9.17%였던 브라질 국채 금리는 4.02%포인트 올라 지난 20일 13.19%를 기록했다. 급격한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여섯 번이나 올린 데다 Fed의 출구전략 우려가 겹치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이다. 특히 Fed가 출구전략 실행을 발표한 18일 이후 이틀 동안 브라질 국채금리는 0.5%포인트나 올랐다.

브라질에 이어 터키와 인도네시아가 각각 3.35%포인트, 3.31%포인트 오르며 금리 급등 상위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오유미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Fed의 출구전략 우려에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약한 두 국가 채권의 매도 물량이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홍콩 페루 나이지리아 남아공도 각각 1.69%포인트, 1.58%포인트, 1.56%포인트, 1.50%포인트 올랐다. 특히 자원 수출 비중이 높은 페루와 남아공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다른 브릭스 국가도 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반면 구제금융을 받은 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국채 가격이 올랐다. 대표적으로 3월 유럽중앙은행(ECB)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키프로스는 국채 금리가 4.70%포인트 하락(가격 상승)했다. 오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위험이 최고조에 달한 연초에 비해 구제금융 이후 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키프로스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구제금융 수혜국 국채금리도 각각 2.78%포인트, 0.93%포인트, 0.86%포인트 떨어지면서 안정되고 있다는 평가다. 아일랜드는 14일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졸업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베트남과 필리핀이 국채가격이 많이 오른 10개국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국채금리가 0.78%포인트 하락한 필리핀은 외환보유액이 넉넉하고 투자등급도 상향 조정되면서 외국인 투자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아프리카에선 케냐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케냐의 국채금리는 1.23%포인트 하락했다.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정치 상황과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장기 성장 전망이 밝은 것이 채권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 케냐 정부는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해 15억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맞춤솔루션 팀장은 “18일 시작된 Fed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본격화할 경우 신흥국 국채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넉넉한 한국 대만 멕시코 중국 등이 적합한 국채 투자국”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인도 등 출구전략에 민감한 나라 국채들은 한번 크게 충격을 받고 저평가 됐을 때 투자에 나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