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축소' 시작] 눈치 보는 신흥국…'저질체력 5國' 자금이탈 전전긍긍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미국 중앙은행(Fed)의 출구전략으로 인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온 ‘FF(Fragile Five·5개 취약국)’ 시장은 일단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양적완화 축소 규모가 작은 데다 Fed의 예고로 이미 몇 차례 충격을 흡수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테이퍼링 착수 소식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엔·달러 환율이다. 1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104.36엔까지 가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 영향으로 도쿄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1.74% 오르며 지난 3일(15,749.66) 이후 16일 만에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흥국의 경우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장 초반 달러당 1만2195루피로 떨어졌다가 중반 들어 1만2163루피로 0.04% 오르는 등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태국 바트화 가치는 장중 달러 대비 0.29% 내린 32.42바트로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인도 루피화 가치도 달러당 62.41루피로 안정세를 이어갔다.

다만 신흥국 증시는 나라별로 소폭의 혼조세를 보였다. 대만과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증시는 소폭 상승세를 나타냈고 중국과 태국 인도는 1% 이내의 약보합세를 보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추가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등 ‘돈줄 죄기’를 본격화하면 달러화 강세와 금리 상승 등이 이어지면서 시장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자금이 미국으로 옮겨가면 신흥국에서는 급격한 자금 유출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신흥국 주식·외환시장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외국자본 의존도가 높아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고전하는 신흥국은 경제위기로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신흥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FT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올해 신용등급을 낮춘 신흥국은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등 11개국에 달하고 브라질 태국 필리핀 등은 3대 신평사로부터 강등을 경고받은 상태다.

잭 앨빈 해리스프라이빗뱅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는 양적완화를 통해 잠시 두통에서 벗어났던 건 맞지만 이미 ‘진통제(양적완화)’에 중독됐다”며 “이제 각국 경제는 Fed가 만든 인공적인 세계를 떠나 제 발로 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보라/이미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