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금융당국이 국민은행 도쿄지점에 대한 공동 검사에 들어간 첫날 이 지점의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최소 1700억원 이상의 부당·부실대출과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은행 도쿄지점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이다.

◆현지 직원 압박감에 자살한 듯


한·일 당국, 국민銀 도쿄지점 공동검사 첫날…현지직원 자살…부당대출 사태 '일파만파'
17일 도쿄 현지와 관계 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현지 채용 직원 김모씨(38)가 16일 오후 5시 지요다구 덴키빌딩 지하 4층에 있는 도쿄지점 서고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숨진 김씨는 한국 국적의 재일교포로 2007년 이 지점에 채용돼 대출 관련 업무를 담당해왔다.

한 소식통은 “전표를 가지러 간 김씨가 돌아오지 않아 찾아보니 서고에서 숨져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검사는 도쿄지점 사무실이 있는 이 빌딩 14층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김씨의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지 금융권 등에서는 도쿄지점에 대한 양국 금융당국과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발생한 사고인 만큼 부당대출 및 비자금 관련 의혹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이미 구속된 이모 전 국민은행 도쿄지점장과도 2010년부터 3년간 함께 근무했다. 이날 사고 여파로 일본 금융청과 금융감독원 검사반은 검사를 중단하고 일단 철수한 상태다.

부당대출 연루자 더 늘어나나

검사를 받던 현지 직원이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등에 연루된 직원이 더 많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해외 점포에서는 수신 여신 외환 등 다양한 업무를 취급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출에 업무의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또 해외지점은 직원 수가 많지 않아 대출 마케팅부터 담보권 설정, 여신심사, 대출승인 등을 몇 사람이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도쿄지점 직원이 20명 안팎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직원 중 일부는 부당대출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직원들 간 ‘이너 서클’이 형성돼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부당대출을 들키지 않기 위해 도쿄지점 일부 직원들이 담합해 업무 정보 등을 다른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당대출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지점장이 한국으로 대기발령 난 이후 새로 부임한 지점장 등은 업무 파악에 상당히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대출 연루자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검찰 수사 대상도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일 금융당국은 계좌 추적을 통해 비자금 조성 규모는 물론 일본 현지 용처와 홍콩 등 제3국의 부동산 구입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한국 검찰은 앞서 지난 11일 도쿄지점의 전 지점장과 부지점장을 구속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도쿄지점 문제는 양국 금융당국과 검찰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 돼버린 만큼 부당대출과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강도 높은 검사와 수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시훈/박신영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