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10일 검찰에 출석함에 따라 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국세청이 9월 말 효성그룹 조 회장과 일부 경영진을 탈세 혐의로 고발하자 서울중앙지검은 10월1일 이 사건을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검찰은 국세청의 고발 내용을 토대로 그룹 압수수색 등을 진행하면서 수사를 진행해 왔다.

핵심은 차명재산을 이용한 조세포탈과 분식회계 과정의 횡령·배임 혐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불법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효성은 1997년 외환위기 때 해외사업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실을 감추려고 10여년에 걸쳐 회계장부를 허위로 꾸며온 정황이 세무조사에서 드러났다.

분식 규모는 1조원대, 내지 않은 법인세는 수천억원대로 추정된다.

조 회장 일가가 남의 명의로 주식을 관리해 1천억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운용했고 이 과정에서 양도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효성그룹은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놓고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해 국내 주식을 매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을 사금고처럼 이용해 불법 대출을 받은 의혹도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효성캐피탈이 2004년부터 올해까지 조 회장의 세 아들과 그룹 임직원, 15개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에 1조2천300억원을 대출해줬다.

이 가운데 일부는 오너 일가의 차명거래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대기업 수사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비자금의 규모와 사용처도 주목된다.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는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관련해 주로 거론된다.

조 사장은 수백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효성그룹은 검찰 수사와 관련, "공적자금을 받는 대신 10여년 동안 이익을 내 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이었을 뿐 비자금이나 개인 횡령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변호인들도 이번 사건은 최근 CJ그룹의 탈세 및 비자금 사건이 아니라 과거 2000년대 초반 대기업들의 분식회계 사건과 비슷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00년대 초·중반께 대기업들이 분식회계를 스스로 금융당국에 고백하거나 수사 등을 통해 분식회계가 드러나 처벌받았던 사건들과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들은 과거의 부실을 털어내고 가기 위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진 분식회계 및 탈세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은 총수 일가의 신병처리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경영의 정점에 있지만 팔순을 앞둔 고령인데다 최근 수시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조 회장의 경우 최근 아들들에게 역할을 넘겨준 부분도 많지만 그룹 총수라는 점에서 형사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검찰은 이날 조 회장을 귀가시킨 뒤 조사 내용을 검토해 추가 소환 및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장남 조현준 사장은 지난달 28∼29일 조사를 받았다.

조 사장은 수백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차남 조현문(44) 전 부사장은 지난달 초 조사를 받았고 삼남 조현상(42) 상무는 조 회장 조사 이후 소환될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 범죄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엄격하게 판단하는 추세가 강화되면서 효성 관계자의 사법처리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과거에는 총수 일가를 '동시 처벌'하는 사례가 흔치 않았다.

고령·건강·경영위기 등을 이유로 불구속 기소하거나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선처하는 사례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 수사에선 이 같은 '선처 공식'이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김계연 기자 zoo@yna.co.krte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