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재계 뉴리더] "위기의 시대 넘어라"…'전략통' CEO와 '영업' 임원 전진배치
올해 삼성과 LG 등 주요 대기업의 전무급 이상 임원 승진·전보인사에선 영업·마케팅 전문가들이 예년에 비해 많이 중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승진·전보자 중 영업·마케팅 파트가 차지한 비중은 23.6%(62명)로 지난해 10.9%(23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아울러 사장급 이상 승진자 또는 전보자 가운데선 전략기획(37.1%) 전문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미래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최고경영자(CEO)에 영업현장에서 실적을 낼 수 있는 부사장·전무들로 ‘위기 대응 진용’을 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8일 삼성과 LG, 현대중공업, GS, 신세계, CJ, 코오롱, 이랜드 등 2014년 임원 인사를 발표한 8개 그룹의 전무급 이상 임원 275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연륜 있는 60대 부회장이 늘면서 사장급을 포함한 CEO 평균 연령은 지난해 대비 소폭 높아졌다. 출신지별로는 수도권이 증가한 가운데 출신 고교별로는 쏠림 현상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74년 고교 평준화 이후 세대가 대거 사장단에 유입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략통 CEO들의 부상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사장급 이상 승진자나 전보자 35명 중에서는 전략기획 담당이 13명으로 주류를 이뤘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과 하현회 LG전자 사장, 안병덕 (주)코오롱 사장,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재무와 경영진단 파트 사장 승진자를 포함하면 전체의 60%가량이 기획 및 재무 쪽에서 나왔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득세한 연구개발 출신의 사장 승진 비중은 22.9%에 머물렀다. 재계에서는 밖으로는 글로벌 경기 불황 여파가 계속되고 국내에서는 경제민주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변하는 경영환경에 전략적인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장단 승진·전보자의 학부 전공에서 경영과 경제 등 상경계열이 이공계를 제치고 다시 부상한 것도 위기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학과와 경영학과를 졸업한 CEO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5명(43%)에 달했다. 반면 전자공학과 화학공학 등을 전공한 공대 출신 CEO 비중은 지난해 50%에서 올해는 37%로 떨어졌다.

하지만 전무급과 부사장급 승진·전보자는 전략이나 기획통보다는 영업마케팅과 연구개발, 제조생산 등 현장 출신이 중용됐다. 전체 승진·전보자의 70%가량이 현장 전문가였다. 연구개발이 24%인 66명, 영업마케팅은 23.6%인 62명으로 나타났다. 영업마케팅 부문 비중은 지난해 10.9%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어 제조생산 현장 전문가 승진·전보자가 54명으로 19.6%를 차지했다. 전체 전무급 이상 승진·전보자 중 67.2%가 일선 현장에서 나온 셈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경영자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넓게 봐야 하기 때문에 전략통과 재무통들이 중용되지만 CEO를 보좌할 임원들은 현장에서 많이 나오는 추세가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평준화 세대 CEO 속속 진입

올해 전무급 이상 임원 승진·전보자의 평균 나이는 53.2세로 지난해 52세보다 한 살가량 올라갔다. 사장단의 평균 연령도 56.4세로 지난해(55.7세)보다 높아졌다. 상무급 젊은 임원들을 과감하게 발탁해 새바람을 불어넣는 한편으로 최고위 경영진의 경험과 연륜 역시 중시하는 분위기다. 올해 연륜과 경험을 중시한 인사로는 이희범 LG상사 부회장(64)과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62), 박진수 LG화학 부회장(61) 등이 꼽힌다. 직급별로 신임 전무들의 평균 나이는 52.2세, 부사장은 53.4세, 사장은 55.8세였다.

사장단의 출신 지역은 수도권이 15명(43%)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과 영남이 9명(26%), 충청 지역 8명(23%), 강원도 3명(8%) 순이었다.

대학별로는 SKY 출신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성균관대와 부산대, 경북대, 영남대 출신이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신 고교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올해 사장단 35명의 출신 고교는 모두 29곳에 달했다. 2011년만 해도 경기고, 경복고, 경북고 등 이른바 ‘3K 고교’ 출신(24.5%)이 대세였고 지난해에는 중앙고와 함께 용산고와 대광고의 약진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고 출신이 3명으로 가장 많았을 만큼 평준화 흐름이 두드러졌다. 대구 지역의 경북고와 대륜고가 각각 2명을 배출했다. 평준화 첫해인 1974년 고교에 입학한 최고경영진이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사장급 이상 승진자 가운데 1974년 이후 고교 입학자의 경우 같은 고교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윤정현/배석준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