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체 임원 승진자의 48% 차지
순혈주의 탈피…외국인·경력입사자 최대 승진


5일 삼성그룹이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 발탁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2일 실시한 사장단 인사의 후속이다.

'젊은 삼성'을 끌어갈 참신한 인재들을 전진배치하는 등 세대 교체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불황에도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지속하는 삼성전자는 역대 가장 많은 신임 임원을 배출하는 등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재확인했다.

여성 임원 승진도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여성 인재 중용이 두드러졌다.

◇ 삼성전자, 최대 실적에 최대 승진
그룹 전체의 임원 승진 인사 규모는 예년에 못 미쳤으나 승진 연한을 뛰어넘은 발탁 인사 규모는 가장 컸다.

임원 승진자는 475명으로 지난해(485명)보다 2%가량 줄어든 반면 발탁 승진자는 85명으로 작년(74명)보다 15%나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226명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해 그룹 전체 승진자의 48%를 차지했다.

신임 임원이 된 상무 승진자는 삼성전자에서 역대 가장 많은 161명이 나와 그룹 전체(331명)의 49%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세트 부문에서는 35명의 발탁 승진이 이뤄졌다.

이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격화되는 시장 경쟁과 세계적인 경기불황 속에서도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했다.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169조4천2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7% 늘고, 영업이익은 28조4천700억원으로 41%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그룹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담당하고 있다.

◇ 여성 인재 중용…임원 50명 국내 최대
삼성그룹은 신임 14명을 포함해 15명의 여성 임원을 승진시켜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여성 임원 승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는 신임 10명을 포함해 12명이었다.

현재 삼성그룹의 전체 여성 임원 수는 이부진·이서현 사장을 포함해 총 50명으로 국내 대기업 가운데 단연 가장 많다.

승진한 여성 임원 가운데 60%인 9명은 발탁 승진됐다.

아울러 신경영 출범 초기(1992∼1994년) 대졸 공채로 입사한 여성 인력 가운데 처음 임원이 탄생했다.

공채 출신 신임 여성 임원은 4명으로 모두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수한 인재, 특히 여성 인력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특히 최근 연구개발(R&D)·영업·마케팅 등 핵심 분야에서의 여성 인력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외 인력 28만2천여명 가운데 11만4천여명이 여성으로 40%가 넘는다.

삼성그룹은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취임한 현 정부 들어 여성 인력 중용 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 순혈주의 탈피…경력입사자·외국인 최대 승진
초일류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그룹답게 올해도 외국인 임원 승진이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졌다.

외국인 임원 승진자는 지난해 10명에서 올해 12명으로 늘었다.

국적·인종에 관계없이 해외 우수 인력들에 대한 승진 기회를 확대해 세계적인 인재를 모으고 글로벌 기업다운 면모를 갖추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 내 불문율처럼 존재했던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외부에서 영입한 핵심 인재들을 중용한 점도 눈에 띈다.

올해 경력 입사자 승진 규모는 150명으로 지난해(141명)보다 6% 늘어 역대 최대다.

이와 함께 미래 성장의 근간이 되는 R&D, 영업·마케팅, 제조·기술 부문의 승진은 확대하고 스태프 부문은 상대적으로 축소하는 등 현장 중심의 인사를 실시했다.

R&D 부문 임원 승진자는 120명으로 지난해(105명)보다 14% 증가했다.

영업마케팅은 24명, 제조 부문은 33명으로 지난해 17명, 31명보다 늘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