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민은행] '8000억 손실' 카자흐 BCC 지분 안판다
국민은행은 8000억원 가까이 투자 손실을 본 카자흐스탄의 센터크레디트은행(BCC)에 대한 지분을 계속 보유할 방침이다. 다만 카자흐스탄 금융당국의 요구하는 증자에는 응하지 않는 대신 길게는 10년 동안 BCC로부터 배당을 받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26일 “국민은행이 BCC 지분을 팔고 나오기엔 카자흐스탄과의 외교 문제가 걸리고, 공격적으로 투자하기엔 아직 위험성이 크다”며 “당분간 신중한 관점에서 기존 부실채권을 관리해 나가며 BCC를 유지하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 같은 의사를 조만간 KB금융지주 이사회에 보고할 방침이다. 사외이사들의 최종 판단이 남아있지만 국민은행 결정에 이사들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금융권에선 국민은행이 BCC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미 8000억원가량의 손실을 본 만큼 더 이상 미련을 가질 필요 없이 지분을 팔고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철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외교적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데다 철수에 따른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은행 지분(29.6%)을 사려는 매수자가 나타날지도 의문이며, 매수자가 나온다고 해도 카자흐스탄 금융당국이 허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단기간 내에 카자흐스탄의 경기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서다.

KB지주의 한 사외이사는 “카자흐스탄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연착륙을 위해 애쓰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 4대 은행 중 하나인 BCC 지분을 팔고 나가겠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런 점을 두루 감안해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정상화를 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인 것은 BCC의 경영상황이 더디지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2442억원의 적자를 냈던 BCC는 2011년 217억원, 작년 24억원의 흑자를 냈다. 작년 흑자 규모가 줄어든 것은 대손충당금을 상당히 쌓았기 때문이라고 국민은행은 설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