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보험금 상환 문제를 놓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된 지 한 달 만에 상환을 요구하고 높은 연체이자까지 물리는 것은 횡포라고 입주 기업인들은 비난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전체 입주기업 대표회의에 참가한 기업인들은 5개월 동안 공장 문을 닫아 쌓인 빚을 갚느라 경협보험금을 다 썼기 때문에 당장 갚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경협보험금을 받은 59개 업체 중 갚은 곳은 15개 업체(경협보험금 470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44개 업체(1200억원)는 갚지 못하고 있다.

한재권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장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입장’이란 성명서를 발표하고 “현재 개성공단에서 시행 중인 손해배상 보험 약관은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시급히 개선해달라”고 통일부에 촉구했다.

박용만 녹색섬유 사장은 “보상 성격의 경협보험이 처음부터 입주기업의 의견 수렴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성토했다. 예컨대 지난 15일까지 보험금을 갚지 못한 기업들은 한 달이 지나면 보험금의 3%를 연체료로 내야 하고, 두 달이 되면 6%, 석 달이 넘으면 9%를 내야 한다. 박 사장은 “북한의 일방적 행동 때문에 개성공단이 멈춘 것이기 때문에 3·6·9% 연체료를 내라는 것은 가혹하다”며 “수출입은행에 그동안 냈던 보험료를 반환해 달라고 요구하고 경협보험에 대한 안전장치가 만들어질 때까지 향후 보험료 납부도 보류하자”고 촉구했다.

경협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한 입주업체 사장은 “경협보험에 대해 알아봤더니 입주기업이 보험금을 제때 반납하지 않으면 정부가 개성공단 내 공장 시설 등 자산을 처분할 수 있는 대위권이라는 게 있고, 정상화되면 이자를 가산해 반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며 “엄밀히 말해 협박성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