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오른쪽)과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포함한 에너지 가격구조 개선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오른쪽)과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포함한 에너지 가격구조 개선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정부가 19일 발표한 에너지 가격구조 개선책의 핵심 포인트는 발전소 건설을 통한 전력공급 정책에 적극적인 수요관리 정책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전력난이 일상화된 상황 속에서 전기 다소비 구조를 에너지 분산 및 절감형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

특히 이날 5.4% 인상을 포함해 최근 3년 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27.2%나 올림으로써 이제 과거와 같은 값싼 전기요금시대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신 선택형 요금제 등 신개념 요금제를 확대함으로써 시간대별, 산업특성별 등으로 소비자의 전기 사용 선택폭을 넓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값싼 전기요금은 그만

[전기요금 평균 5.4% 인상] 가정 월 평균 1300원, 고압전기 쓰는 공장 3000만원 추가 부담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h당 94.8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55%, ㎿h당 73.2달러인 산업용 전기요금은 60% 수준에 각각 머물렀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기소비량은 한국이 달러당 460Wh로 OECD 평균보다 70% 이상 많았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이 같은 격차를 좁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평균 310㎾h를 사용하는 도시가구의 경우 전기요금(현재 4만8820원)이 2.7% 올라 한 달에 1310원, 월평균 350만㎾h의 고압전기(1만4000㎾)를 쓰는 공장의 경우엔 6.4% 인상돼 월 2919만16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연간 8000억원에 이르는 전기요금을 낸 한 업체는 약 500억원을 더 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가격인상을 통해 연간 최대 전력피크 수요를 약 80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기업 127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전기요금 6.4% 인상에 따른 기업 영업이익 감소분은 약 1조4430억원으로 추정됐다.

◆신개념 가격체계 확대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가장 많이 안게 된 산업계를 배려하는 요금체계도 도입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24시간 설비를 가동해 전기사용패턴 조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신설된 선택요금제(선택3)를 택할 수 있다. 선택3은 기존 선택형(선택1, 선택2)에 비해 기본요금 비중이 높지만 전체 전력사용 요금은 경감되도록 한 요금구조다. 경북 칠곡에 있는 A섬유공장은 선택3을 적용할 경우 현행 선택2를 적용할 때보다 연간 약 0.4%(180만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전력사용패턴이 일정하지 않은 기업은 기본요금 부담 때문에 이 요금제를 선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절전하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요금제도 확대됐다. 전기 사용이 가장 많은 피크일과 피크시간대 요금은 대폭 할증하지만 평상시 요금은 할인해주는 또 다른 선택형 요금제다. 겨울철 1~2월과 여름철 7~8월 각각 60여일 동안 높은 요금이 부과되는 피크일은 10일 내외로 지정하고 그 외에는 할인요금을 적용한다. 피크시간대(오후 2~7시)에는 야간보다 5배 많은 전기요금을 물린다.

◆산업계 “왜 원가 공개 안 하나”

그러나 정부가 전력 수요예측 실패와 원전비리 등의 관리감독 실패를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최근 3년간의 전기요금 인상률 중 이번 인상률이 가장 높은 것도 불만을 터뜨리게 하는 데 한몫했다.

정부가 2011년 12월 이후 전기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용도별 전기요금 원가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도 불신을 사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 원가이익회수율은 이미 지난 1월 10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기업들은 원가 이하의 요금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오해받고 있다”며 “정부가 용도별 원가를 투명하게 발표하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과 전기 소비자의 의혹만 키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