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시행될 중국의 개혁 로드맵을 제시할 중국 공산당 18기 3중전회(18기 중앙위원회 3차회의)가 지난 9일 나흘간의 일정으로 개막됐다. 회의 장소로 알려진 베이징 징시호텔 주변은 물론 시내 곳곳에 무장경찰과 사복경찰 등이 대거 배치돼 불심 검문을 강화하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그러나 지방에서 올라온 민원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베이징 시내에서는 9일 1000여명이 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으며 일부 시위자들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보쉰 등 중화권 매체가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전면적인 개혁의 심화’를 주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안이 논의된다. △농민에 대한 토지매매 허용 △부동산세 상속세 등 세제개혁을 통한 소득분배 개선 △독점 국유기업에 대한 개혁 △금융 자율화 △정부의 시장개입 축소 △호적제 개선 등이 주요 의제로 부각됐다. 리커창 총리는 최근 지방정부 관리들과의 대화에서 “지방정부가 직접 회사를 설립해 시장 독점을 조성하는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해 앞으로 국영기업의 설립을 제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패 척결을 위한 제도 개혁 방안도 도입될 전망이다. 지방법원을 지방정부와 지역 공산당으로부터 떼어내 최고법원의 지휘를 받도록 하고, 반부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임기를 3년으로 제한하는 한편 국유기업 임원 등이 재산을 공개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회의 직전 사설을 통해 “오직 사회주의체제 건설만이 중국의 모든 발전의 기초”라며 서구식 정치 개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인민일보는 ‘개혁·개방 전후 두 역사적 시기에 대한 정확한 관점’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마오쩌둥의 업적은 그의 실수를 훨씬 능가한다”며 “개혁 이전의 역사를 부정하는 건 공산당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평론가인 장리판은 “이번 회의에서 서구적 방식의 정치 개혁을 논의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3중전회는 모든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된다. 12일 ‘전면적 개혁심화에 관한 약간의 중요한 문제’라는 문건을 심의 의결한 후 막을 내릴 예정이다. 이 문건에 시진핑 정부의 경제 개혁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개혁의 틀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