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아프리카 르완다 출장에서 귀국한지 하루만인 지난 3일 전격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KT가 리더십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의 위기에 봉착했다.

남중수 전 KT 사장이 물러난지 5년만에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KT는 리더십 부재로 조직이 크게 술렁이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올해 통신업계 최대 이슈였던 주파수 경매에서 '황금 주파수' 확보에 성공하고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LTE 가입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 회장이 성공적으로 자평하고 있는 르완다 프로젝트도 해외진출 사업의 모범사례로 발전시켜야 한다.

여기에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는 '시청률 합산 규제안'과 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 보조금 조사 등에 적극 방어해야 하는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동안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IT시스템의 혁신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글로벌 사업도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닦던 때에 회사가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말한 것도 이런 경영공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런 상황을 걱정한 듯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중요한 과제들을 처리하고 회사 발전에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사의표명으로 리더십 상실이 가시화되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리더십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과 함께 조직 동요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다.

강력한 조직 장악력으로 5년간 KT를 이끌어온 이석채 회장이 물러나게 됨에 따라 130여명에 이르는 KT 임원들의 거취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이 회장 재임 중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이 30여명에 이르고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낙하산 인사'로 분류하기도 한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의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연합군이 KT를 장악하고 있다"면서 이석채 회장을 정점으로 한 '낙하산 36명'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남중수 전 사장이 퇴임하면서 그의 재임시절 영입인사들이 대부분 퇴사한 것을 고려하면 역시 이 회장의 영입인사들도 그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KT에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인사태풍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 회장 역시 3일 사의표명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매년 경쟁사 대비 1조 5천억원 이상 더 많이 인건비가 소요된다"면서 "올해안에 인건비 격차를 1조까지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특히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그간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내에 폐지하겠다"고 밝혀 일단 자신의 책임하에 임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도할 뜻을 내비쳤다.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KT의 상무급 이상 임원 130여명 중 20%가 26명이고 고문, 자문위원 등을 합치면 그의 재임중 영입인사 30여명과 비슷해진다.

자신이 영입한 인사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그러나 이 회장이 직접 구조조정을 단행하더라도 새 회장이 취임하면 역시 대대적인 임원인사 등 2차 인사태풍이 불어닥치는 등 조직 불안정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KT노동조합은 4일 성명을 통해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은 이사회는 물론 주요 임원들에게 있으며 어느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 회장 이외에 주요 임원들에 대한 인책론을 거론하고 나섰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