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안보' 걷어찬 상생法
한국전력의 자회사로 전력계통 정보기술(IT) 사업을 전담하는 한전KDN이 창립 2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계열사의 공공기관 시스템통합(SI) 사업 입찰을 차단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되면서다. 한전은 자산 서열 2위(176조원)의 대기업 집단이다.

3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매출의 95%를 한전과 발전 자회사에 의존하고 있는 한전KDN의 올해 대(對) 한전 수주 실적은 3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3387억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기존 일감으로 버티겠지만 내년 매출은 유지·보수 실적을 감안하더라도 1000억원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전KDN은 국내 유일의 전력 전문 IT 기업이다. 그럼에도 한전 발주사업에서 배제된 것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중소기업 보호’라는 구호에만 매몰돼 개별산업의 특성과 전략적 중요성을 살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행 법령은 국방, 보안 등 몇가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수주를 허가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건별로 일일이 미래창조과학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데다 승인율도 30%대에 불과해 사실상 한전KDN의 ‘밥줄’은 끊어진 상황이다. 발전사들도 신규 발주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경험과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맡기는 것도 부담이지만,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정보를 통째로 외국계에 내주는 것도 큰 걱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제발 이 얘기를 크게 써달라”고 기자에게 호소했다.

한편 본지 취재 결과 2011년 9월부터 시행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도 혜택을 받는 중소기업은 극소수에 그치고 시장의 ‘파이’를 줄이면서 대기업들의 투자만 위축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김우섭/조미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