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부는 식품韓流] 11월 한·중 FTA 2단계 협상…1200개 '초민감 품목'에 농축수산물 얼마나 담길까
한국과 중국은 다음달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앞두고 있다. 양국은 지난달 3~5일 중국 산둥성 웨이팡에서 열린 한·중 FTA 제7차 협상에서 1단계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 자리에서 상품 분야 자유화(관세 철폐) 수준을 품목 수 기준으로 90%, 수입액 기준으로는 85%로 정했다. 이에 따라 전체 1만2000여개 협상 대상 품목 중 1200여개는 ‘초민감 품목’으로 분류돼 관세 철폐 제외, 관세 유지, 계절 관세, 관세 부분 감축 등 각종 보호를 받을 수 있다.

2단계 협상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1200여개 초민감 품목에 얼마나 많은 농축수산물을 담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2단계 협상에서 양허안 초안을 교환한다. 본격적으로 상품 품목별로 관세 철폐 수준이나 관세 철폐 여부를 놓고 협상에 돌입하는 것.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에서의 농산물 수입이 지금보다 105~209% 급증해 한국 내 농업 생산이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모든 농축수산물을 초민감 품목에 담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은 1100여개로 초민감 품목에 전부 들어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양자 간 FTA를 체결할 경우 한 분야를 완전히 보호하는 조치를 할 수 없다. 게다가 섬유 가구 등 중국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으면서 국내 중소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제조업도 보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초민감 품목에 포함시켜야 하는 농축수산물을 고를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산물 시장을 일정 부분 내주더라도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가공식품 분야에선 비교우위를 확장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농심 등 일부 식품업체는 이미 중국 내수시장에서 상당한 수준의 브랜드 파워를 확보했다”며 “중국 현지기업에 비해 제조 노하우와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한국 식품기업에는 한·중 FTA가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공식품이 아니더라도 한국산 농축수산물의 중국 판매를 확대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리적으로 따져보더라도 중국 주변에 ‘웰빙형’ 농축수산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환우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깨끗하고 질 좋은 농축수산물을 원하는 중국 내 고급 소비자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은 인도 몽골 태국 베트남 등 중국 인근에 있는 나라들보다 품질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에 밀리고, 대만은 기후가 달라 낙농업 등이 발달하지 못했다”며 “한·중 FTA는 국내 농축산업에 충분히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미현 /고은이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