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승' 오바마, 국정 과제는 여전히 수북
'셧다운戰' 패배 공화당, 이미지 '먹칠'


16일간 계속된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가 정치권의 합의로 가까스로 해결됐지만 '워싱턴 정가'는 아직도 셧다운 후폭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분위기다.

셧다운 사태를 겪으면서 달라진 미국 정가의 손익계산서를 현지 주요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분석해 봤다.

◇날아오른 오바마…국정 과제는 여전 = 셧다운 정국을 통해 원칙론적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에게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WP는 셧다운 사태가 마무리된 뒤 17일 백악관에서 있었던 오바마의 연설을 보지 못했다면 독자들이 꼭 한번 볼 것을 강력 추천했다.

연설 동안 때론 '분노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했지만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게 WP의 평가다.

당시 오바마는 "승자는 없다"고 표정 관리를 하면서 이민개혁과 온실가스 감축계획 등 자신이 설정해놓은 어젠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화당과 일전에서 판정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오바마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국정 과제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렇게 목소리를 높였던 총기 규제는 사실상 물 건너갔고, 정부 채무와 지출 문제를 놓고 공화당과 통 큰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상황이다.

추진해온 이민개혁법도 하원에서 처리가 되기를 기대하는 건 난망해 보인다.

이것저것을 둘러봐도 집권 2기 성과로 꼽을 만한 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내년 중간선거 시즌까지 모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란 무척이나 촉박해 보인다.

공화당이 셧다운 사태를 전후해 여론에서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반대급부로 민주당이 확실한 승기를 잡지도 못한 상황이다.

셧다운 판정승을 계기로 중간 선거까지 낙관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집권을 연장한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난 100년간 집권 2기 임기 동안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소속당을 승리로 이끈 인물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시들해진 공화당…이미지에 '먹칠' = 공화당은 셧다운동안 '오바마케어'로 불렸던 '건강보험 개혁안'의 예산 삭감에 목을 맸지만 전략은 실패로 귀결됐다.

WP는 셧다운 뒤로 자중지란까지 빠져든 공화당의 이미지가 보잘것없이 시들해졌다고 분석했다.

확고한 정치적 토대 위에서 셧다운 전략을 구사하지도 못한데다 당 안팎에서 볼 때 처음보다 나쁜 모양새로 끝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여론 조사를 통해 감지된다.

WP와 미국 ABC방송이 공동 조사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공화당원이라고 인정한 응답자의 47%가 당의 셧다운 대처에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이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하고 있지만 셧다운 전쟁터에서 누구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오히려 득을 본 인물로 분류된다.

WP는 오바마와 민주당에 맞서 오바마케어 저지에 나섰던 크루즈 의원이 정치적 이득을 봤다고 분석하며 당내 주요 대선주자로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크루즈 의원은 지난달 24∼25일 오바마케어에 맞서 21시간에 걸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투쟁을 벌여 정치권 안팎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