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7번의 기회 날렸다] 두산 '캐시카우' 주류사업 과감히 정리…이랜드, 대형마트 팔아 돈·노조문제 해결
전문가들은 선제적 구조조정의 좋은 사례로 두산그룹을 꼽는다. 두산은 1995년 창업 100주년을 맞으면서 소비재 위주의 사업구조를 중공업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포한 뒤 사업재편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1997년 음료 사업부문을 미국 코크사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오비맥주, 전분당 사업, 종가집김치를 줄줄이 매각했다. 두산은 매각대금을 활용해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영국 미쓰이밥콕(현 두산밥콕)에 이어 지난해 영국 수처리업체인 엔퓨어까지 사들였다.

특히 두산그룹은 인수합병(M&A) 후유증이 터진 이후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쌓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인 2009년 두산은 2년 전 인수한 밥캣의 차입금 부담이 커지자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오던 주류사업과 테크팩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국내 사모펀드(PEF)에 4개 계열사를 패키지로 매각해 6000억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새로운 형태의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이 같은 두산의 발빠른 구조조정은 같은 시기 대우건설 인수 풋옵션 행사로 골머리를 앓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대조를 보여 주목받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구대책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실행돼 결국 채권단의 도움(워크아웃)을 받아야 했다. 당시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사석에서 “두산은 다른 그룹과 달리 어떤 상황이 와도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랜드그룹 역시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넘긴 경험이 있다. 2008년 이랜드는 36개 홈에버 대형마트를 홈플러스에 매각하고 자금 수혈과 노조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현재 공격적인 글로벌 M&A를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도 제때 환부를 도려내 기업의 체질을 탄탄하게 만든 데서 나온다는 평가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은 “두산그룹이 중공업과 건설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것은 그동안의 발빠른 구조조정과 이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쌓인 덕분”이라면서 “자금 압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고 단기적인 유동화만 하거나 구조조정 시기를 늦추는 기업들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