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뛰고…물량 달리고…'D램 대란' 심상찮은 조짐
‘10월 D램 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화재로 중국 공장 가동을 중단한 SK하이닉스가 이달부터 일부 고객사를 상대로 D램 공급량을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PC 회사들이 D램 재고 확보에 뛰어들면서 현물 가격뿐 아니라 고정거래가까지 꿈틀대고 있다.

이 같은 D램 공급난은 SK하이닉스의 생산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재고는 떨어지고, 생산 복구는 아직

가격 뛰고…물량 달리고…'D램 대란' 심상찮은 조짐
SK하이닉스 D램 생산량의 절반, 세계 D램 생산의 13%가량을 담당해온 중국 우시 공장에 불이 난 건 지난달 4일이다. 300㎜ 웨이퍼 기준으로 월 13만장 규모의 PC D램을 만들던 이 공장은 즉각 멈춰졌다. 회사 측은 복구에 나서 2개 라인 중 C1라인(월 5만장 규모)은 지난 7일 가동을 재개했으나, C2라인(월 8만장 규모)은 아직 멈춰 있다.

그러나 당장 D램 수급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 SK하이닉스가 재고로 갖고 있던 D램을 공급해서다. 문제는 이달부터다. 복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재고가 소진되자 SK하이닉스는 고객사들을 상대로 PC D램 공급을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 공장의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캐파) 일부를 D램으로 돌렸으나 충분치 않은 탓이다.

PC 회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당장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에 공급 확대를 요청하고 현물 시장에도 뛰어드는 등 D램 확보에 나섰다. 시장정보회사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하반월 2Gb(기가비트) DDR3 D램의 고정거래가는 한 달 만에 8.9%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10월 고정거래가격도 이미 올랐다”고 전했다. PC D램 값은 올 들어 꾸준히 상승해왔는데, 여기에 탄력이 붙은 것. 여기에 SK하이닉스가 낸드 캐파 일부를 D램으로 돌린 탓에 하락세를 보여오던 낸드 값도 강세로 돌아섰다.

모바일 D램 값도 덩달아 상승세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D램 캐파 일부를 PC D램으로 전환한 탓이다.

○연말까지 이어질 듯

가격 뛰고…물량 달리고…'D램 대란' 심상찮은 조짐
D램 공급난은 하이닉스 중국 공장의 생산이 정상화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선 C2라인의 재가동 시기를 11월께로 예상한다. 그러나 재가동 개시 이후에도 수율을 정상화시키는 데는 두 세달가량 소요된다. 최소 연말까지는 공급난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우시 공장의 풀가동은 연말로 예상한다”며 “4분기 PC업체들의 재고 확보 수요에 투기 수요까지 가세하며 D램 가격 상승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소한 올 4분기까지 전 세계의 D램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사태로 향후 D램 시장이 어지러워질 가능성도 생겼다. 현재 D램 업계는 지난 30년간 치킨게임 끝에 미세공정 기술을 선도해온 3개 업체만 살아남았다. 삼성과 하이닉스, 그리고 일본 엘피다를 인수한 마이크론 등 3개사다. 대만 이노테라, 렉스칩 등도 마이크론이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25나노, SK하이닉스가 29나노 D램을 생산중이지만 마이크론은 30나노대다. 정상적 환경이라면 20나노대 D램에 비해 전기소모가 많고, 느린 30나노대 칩이 훨씬 싸게 팔려야 한다. 하지만 공급난으로 마이크론도 큰 돈을 벌고 있다.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 2일 “기술력 없는 일부 업체가 이익을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화재는 장기적으로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엘피다를 인수한 마이크론이 이번 사태로 자금력을 확보할 경우 다시 치킨게임을 벌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