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Fed 의장
벤 버냉키 Fed 의장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채권 매입 프로그램) 축소를 뒤로 미루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Fed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Fed는 월 85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출구 전략을 다음 FOMC 회의가 열리는 10월30일 또는 12월18일로 늦춘 셈이다. 이는 미국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 중이지만 자생력이 아직 미약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Fed의 출구 전략 ‘연기’로 당장 신흥국 통화가 강세로 돌아서는 등 위기 징후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다시 불투명해지면서 미국발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 나오는 미국 경제지표에 따라 시장이 널뛰기를 반복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정치권이 이달 말과 내달 중순까지 2014 회계연도 예산안과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조정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정부기관이 일시 문을 닫고, 정부가 채무를 제때 갚지 못하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빠진다. 금융시장이 소용돌이칠 가능성이 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22일 한국은행, 금융당국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연 자리에서 “양적완화 축소의 불확실성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Fed의 이번 결정이 국내 증시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은 “미국 금리가 본격 인상돼야 외국인들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때가 돼도 경제 안정성이 높은 한국은 인도나 인도네시아와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이심기/조재길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