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 사태 5년] 자본·유동성·예대율…줄줄이 '옥죄기'
리먼 사태’로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영업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자본·유동성·예대율(예금 대비 대출액 비율) 등 건전성 규제가 대폭 강화됐고, 금융상품을 만들고 파는 과정에 금융회사의 책임을 강하게 묻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는 결국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개념이 생기는 등 금융시장 전체의 건전성이 향상됐다는 평가도 있다.

금융위기 후 새로 도입된 규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젤Ⅲ다. 금융회사의 자본금 양을 늘리고 질도 높이라는 것이다. 국내 은행들은 바젤Ⅲ 시행(오는 12월1일)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후순위채를 잇달아 발행하는 등 자본금 확충에 주력했다. 유동성 규제가 함께 강화돼 레버리지 비율을 높여 공격적으로 영업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금융위기는 국내 금융감독 당국이 한층 강하게 금융회사들의 고삐를 죄는 계기도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1월 금융감독원은 은행 경영실태 평가항목에 예대율이 100%가 돼야 한다는 점을 반영했다. 이듬해 12월엔 예대율을 계산할 때 양도성예금증서(CD)를 원화예수금 평균잔액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해 CD 발행이 거의 끊기기도 했다.

한 금융회사 대표는 “금융위기 이후로 회계법인에서 장부를 다 정리해 제출하면 금감원에서 한 번 더 (바뀐 규정에 맞게) 결산을 하는 식”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가계부채가 문제될 기미를 보이자 금융 당국은 2011년 6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해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낮게 관리하도록 주문했다. 이를 지키지 못할 위기에 처한 농협은행 등이 그해 8월 중순 갑자기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하는 해프닝도 겪었다. 한 시중은행장은 “금융회사의 모든 영역에 대한 감독 규제가 강화돼 최고경영자(CEO)의 경영능력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외화유동성 규제는 말할 나위도 없다. 위기설이 불거질 때마다 국내 금융사들은 금융감독 당국의 재촉을 받고 해외 금융사들과 필요시 돈을 빌려 쓸 수 있다는 약정(크레디트라인·커미티드라인)을 체결했다. 수시로 스트레스테스트가 시행됐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