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대표주자' 인도의 위기] 제조업 취약해 수출 이점 못살려…수입단가는 '껑충' 경상적자 '심화'
통화 가치 하락이 경제에 반드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다. 수입 부문은 상대적으로 취약해지는 반면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엔저 기조에 따라 제조업체들의 1분기 순익이 대부분 50% 이상 급증하는 등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인도의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 수출 기업이 많지 않아 환율 상승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수입 단가만 올라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게 인도의 현실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나는 원인이기도 하다.

실제 인도는 환율 상승의 덕을 볼 수 있는 제조업 비중이 16%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1.1% 선인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슐루 다스굽타 인도 경제인연합회(FICCI) 사무총장은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등 수출이 유리한 환경이지만,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조업 기반이 약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이 위축됐을 때 통화위기가 닥쳤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예컨대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1년 인도의 제조업 GDP 증가율은 -2.4%를 기록했다.

인도에서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한 데는 역사적인 유래도 한몫하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 시절, 영국은 인도의 면화 등 원료를 가져간 뒤 맨체스터 등 자국에서 가공해 다시 인도에 되파는 전략을 구사해 제조업이 발달하기 어려웠다. 인도가 독립한 뒤의 행보도 제조업 육성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초대 총리였던 자와할랄 네루는 사회주의 모델인 소비에트연방을 벤치마킹해 석유화학, 철강 등 자본·기술집약적인 중공업 육성에 매달렸다.

김찬완 한국외국어대 인도아세안학과 교수는 “인도의 경우 인구가 많은 특성을 고려해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을 육성하는 것이 훨씬 유리했지만, 다른 방식을 선택하면서 오늘날 인도가 다양한 상품 제조기반을 갖추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인도정부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등 지식기반 산업 육성으로 취약한 제조기반을 만회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사회 문화적인 배경도 제조업 발달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제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대규모 토지 확보가 쉽지 않다. 인도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투자자문사 맥스틴의 이건준 공동대표는 “인도에서는 땅을 ‘여신’으로 신성시하는 데다 상속 의식이 강해 현지에서 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포스코가 최근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에서 추진하던 인도 제2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도 부지 매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발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제조업 운영에 필수적인 숙련된 기술 인력과 제도적인 장치가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다른 신흥국과 달리 인도는 숙련공이 부족해 콜센터, 소프트웨어 제작에 치우치는 특성이 있다”며 “규제가 투명하지 못하고 전기, 석탄 등 인프라 설비 등도 부족해 제조업 발달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로케시 바루하 네루대 국제무역학 교수는 “석탄 매장량이 풍부한데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이 인도의 현주소”라며 “경상적자 구조를 탈피할 수 있도록 국내 생산기반을 늘려 수입을 대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