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거치며 'G2' 부상…고속성장 부작용도 심화
체질 개선 위한 '리코노믹스'로 미래설계 나서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초래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타격을 다른 나라에 비해 적게 받으면서 '나홀로 성장'을 지속하며 '경제 파워'를 한껏 키웠다.

중국 경제는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30여년 간 지속된 고성장이 낳은 부작용에 직면함은 물론 글로벌 여건의 변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극적인 개혁을 통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 '기회' 안겨준 글로벌 금융위기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8년 11월 4조 위안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마련, 2009년과 2010년에 재정자금을 집중적으로 풀었다.

인민은행은 그에 앞서 2008년 9월부터 한 달 반 사이에 3차례나 금리를 인하하고 은행대출 총량규제를 줄어 금융을 대폭 완화했다.

이어 대규모 재정자금을 투입하는 '긴급 수혈'에 나섬으로써 급속한 경기 감속을 막는데 주력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경제는 2009년 9.2%에 이어 2010년 10.4%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은 2009년 세계 1위 수출대국이자 2위 수입국으로 부상한데 이어 이듬해에는 경제총량을 기준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국으로 올라섰다.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로 불리며 국가 위상이 높아지고 '위기를 기회를 바꾼 나라'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고속 성장 마감, 중속시대로 진입
그러나 중국도 성장 둔화를 피할 수는 없었다.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직전까지 후진타오(胡錦濤) 집권 1기에 해당하는 2003~2007년에는 줄곧 10%를 넘으며 평균 11% 성장했으나 2008년 9.6%, 2010년 10.4%, 2011년 9.3%, 지난해 7.7%(수정 수치) 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졌다.

금융위기에 이은 유럽 채무위기로 세계 경제가 침체된 영향이 크긴 하지만 중국의 성장 둔화가 외부 환경 탓만은 아니었다.

개혁·개방 이래 줄곧 고성장을 구가해오는 과정에서 커진 덩치만큼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까닭이다.

외부 여건의 급속한 변화도 수출과 투자를 위주로 한 그동안의 성장 전략에서 새로운 모색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승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대표처 수석대표는 "중국은 금융부문의 개방도가 낮아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충격이 덜했다"며 "중국에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는 약이 됐으며 구조조정을 가속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12·5규획(12차5개년계획)'에 이미 제시돼 있고 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산업고도화와 발전방식 전환 등 전반적인 개혁이 얼마나 제대로 이뤄질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개혁 통한 '새 길' 모색…리코노믹스 부상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부양책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고육책이긴 했지만 과잉 투자로 인해 투자효율이 떨어지고 소득 격차를 심화시키는 등 부작용도 깊게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유기업을 통해 경기부양을 추진하다보니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부문 발전 민간부문 퇴보)' 양상도 벌어졌다.

수출과 투자에 의존해 성장을 이끌어오던 기존 발전방식은 국내외 수요가 줄어드는 등 여건이 악화하면서 계속적인 성장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를 치유하기 위한 시대적 과제는 새 정부의 경제 수장을 맡은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경제정책 기조인 '리코노믹스'(Likonomics)로 나타났다.

무차별적인 대규모 부양책 대신 긴요한 부분에 대한 '맞춤식' 재정정책을 펴면서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해 장기적인 안정 성장 기반을 다져나가겠다는 것이다.

소득 불균형 해소, 산업 구조 조정, 소비 주도 성장을 위한 도시화, 기업과 지방정부 부채 증가 억제 등을 통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이 주요 과제들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이번 주 해외 순방 길에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은 거시경제 선택 상 굳건한 경제 구조 조정과 경제발전 방식 업그레이드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성장 속도를 다소 늦추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근본적인 경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리코노믹스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 개혁 통한 '중국병' 치유에 미래 걸어
중국은 금융위기 이후 중속 성장시대를 맞은 뒤 고질적인 '중국병' 치유와 새로운 성장엔진을 도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대국으로서 뒷걸음질 치지 않고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며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개혁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는 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도 서방에서 제기되는 경착륙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경기 회복세를 타고 개혁에 나설 경우 중국 경제가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 삭스를 비롯해 크레디트스위스와 도이체방크, JP 모건 체이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중국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높였다.

중국 국가정보센터 경제예측연구소의 주바오량(祝寶良) 주임은 5일 언론을 통해 중국 경제를 낙관하면서 중국의 생산능력 과잉, 부동산 거품, 금융 위험 등을 해결 과제로 꼽았다.

그는 "생산능력 과잉이 유효수요 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정부 간섭과 국유기업의 개혁 지체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 상승도 통화정책의 운신폭을 좁게하면서 거시경제 정책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주임은 이들 문제와 함께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가 금융부문의 잠재적인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행정관리체제, 국유기업, 재정·세무체제, 금융시스템, 토지제도 등 여러 분야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상하이연합뉴스) 한승호 특파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