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가정에서 케이블TV를 통해 초고화질(UHD) 시범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영상이 거의 3차원(3D)처럼 보인다. CJ헬로비전 제공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가정에서 케이블TV를 통해 초고화질(UHD) 시범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영상이 거의 3차원(3D)처럼 보인다. CJ헬로비전 제공
590만원 UHD TV, 내년 초엔 200만원대로 '뚝'
지난해 8월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84인치 초고화질(UHD) TV를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화질이 끝내준다”는 탄성도 있었지만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더 많았다. 좀 더 좋은 화질을 바라는 수요가 있다 해도 2000만원이 넘는 TV를 선뜻 살 소비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1년이 지난 뒤 변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등 TV 제조업체들은 잇따라 UHD TV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섰다. UHD TV 패널 가격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UHD 콘텐츠의 보강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전체 TV 출하량 2억3510만대 중 1.1%에 불과한 UHD TV 비중이 3년 후엔 12.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 500만원대 UHD TV 내놔

지난 12일 LG전자는 590만원짜리 UHD TV(55인치)를 출시했다. 올 6월 출시한 프리미엄급보다 150만원 싼 가격이다. 65인치는 200만원 내린 890만원에 내놓았다. 삼성전자도 UHD TV 가격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부사장)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UHD TV는 지금 당장 열리는 시장”이라며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패널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소니는 55인치 UHD TV를 4999달러(약 56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업체 간 가격 경쟁에 불이 붙으면 UHD TV 가격 하락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기존 풀HD TV와의 가격 격차가 내년 하반기쯤이면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차세대 TV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TV 제조사들의 UHD TV 라인업 확대 경쟁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LG전자가 지난해 8월 먼저 84인치 UHD TV를 출시하자 삼성전자는 올초 1인치 늘린 85인치 UHD TV로 반격했다. 올 4월엔 일본 소니가 미국에서 65인치와 55인치 UHD TV를 내놓았고, 중국 세이키도 50인치 UHD TV로 보급형 시장을 열었다. 그러자 삼성전자와 LG전자도 65인치와 55인치 UHD TV를 선보이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한국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로 판매처를 넓혀가고 있다. 도시바와 샤프도 연내 UHD TV를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 하이얼, 하이센스 등은 대만과 중국의 저가 UHD TV 패널을 기반으로 보급형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TV업계는 디스플레이의 대형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풀HD TV에서 UHD TV로 TV의 중심추가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현실감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화면이 커져야 하고 대화면일수록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한계 해상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장이 커지면 가격도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풀HD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은 UHD LCD에 비해 3배 정도 비쌌다. 오는 4분기에는 가격 차이가 1.3배로 좁아질 전망이다. 중국과 대만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UHD TV 패널 저가 공세도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김영우 HMC 연구원은 “제품 가격도 내년이면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용 콘텐츠 확대에도 나서

UHD TV를 빠르게 확산시키기 위해 방송 장비 교체와 초고압축 기술 개발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김종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부 방송사와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UHD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 고화질 콘텐츠가 부족하다”며 “고화질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 소비에 필요한 환경 등 제반 여건이 얼마나 빨리 준비되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3D TV와 마찬가지로 콘텐츠 부재라는 벽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 등 콘텐츠와 송출을 담당하는 방송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TV 제조사들도 보급화에 필요한 플랫폼,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케이블TV 업계 등과 협력 방안을 찾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6일 KBS와 UHD급 다큐멘터리를 공동 제작하고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내용의 사업제휴 계약을 맺었다. 소니는 NHK와 손잡고 UHD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16일 UHD TV 실험방송을 시작했다. 광역성과 무선망을 앞세워 내년 상반기 시범방송, 201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도 지난달 5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가 참여하는 UHD 시범방송 전용채널을 개설했다. LG전자는 케이블 내장형 UHD TV를 개발해 시범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UHD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방송시스템을 구축하고 콘텐츠도 확대해야 한다”며 “이런 방송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정부와 산업계, 방송계, 콘텐츠업계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UHD TV Ultra High Definition

UHD TV는 동영상기준으로 화질이 830만 화소 이상인 TV를 말한다. 풀HD TV(200만 화소)보다 화질이 네 배 이상 선명하다. 때문에 3차원(3D)용 안경을 쓰지 않고도 3D 방송을 보는 것과 같은 영상을 체험할 수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