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산업의 본산인 디트로이트시가 수십년간의 쇠락 끝에 180억달러(약 20조2626억원)에 달하는 빚더미를 견디지 못하고 18일(현지시간) 파산을 선언했다. 미국 역사상 파산한 지자체 중 최대 규모다.

디트로이트시의 파산 신청은 한마디로 과잉 복지가 빚은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시는 강성 노조 득세에 따른 과잉 복지로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져 자동차 업체가 하나둘 디트로이트를 떠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퇴직 직원에 대한 연금 지급 등 도를 넘은 복지병은 공공부문으로까지 확산돼 시 재정을 끊임없이 압박했다.

한때 경제 호황을 누린 최고의 도시라도 성장동력을 잃고 과감한 개혁에 실패할 경우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 세계 지자체에 던진 것이다.

디트로이트시는 이날 오후 연방 파산법원에 파산보호(챕터 9) 신청서를 제출했다. 디트로이트는 자동차산업 위축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세수 급감, 방만한 예산 집행과 부정부패로 몰락했다. 1950년대 인구가 200만명에 달했던 디트로이트는 현재 3분의 1 수준인 70만명으로 줄었다. 기업들은 강성 노조를 피해 투자를 줄였고 중산층 가구들은 교외로 주거지를 옮겼다. 빈 집이 7만채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자 세수가 급격히 줄었다.

월스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디트로이트는 2008년부터 매년 세수보다 세출이 1억달러나 많았다. 이에 디트로이트는 시 운영 비용과 공무원 연금 지급 등을 채권을 발행해 충당했다. 하지만 이제는 빚도 갚을 수 없는 처지다.

지난 3월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로부터 비상 관리인으로 선임된 케빈 오어 변호사는 예산 삭감, 자산 매각, 공무원 인력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며 경제 회생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법원이 시의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이면 디트로이트는 채무가 동결된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