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기조 꺾이나] "日 주가 급락은 과도한 쏠림 조정되는 과정…재정 적극 확대해야"
“일본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는 일본 정부가 통화·재정정책 이후의 그림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조속한 시일 안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아야 합니다.”

리처드 쿠퍼 미국 하버드대 교수(사진)는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최근 일본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일본의 경제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쿠퍼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위원장과 국무부 경제담당 부차관 등을 지냈다. 아베노믹스를 설계한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의 스승이다.

그는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경우 전 세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수출 여건도 더 나빠질 것”이라며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노믹스의 성공 조건으로는 구체적인 성장 전략 제시와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꼽았다.

쿠퍼 교수는 “지난달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정부가 현 통화정책을 기반으로 앞으로 어떤 성장 전략을 꾸려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일본이 견실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려면 조속한 시일 안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재정정책의 방향을 결정해야 할 시점을 맞고 있는데, 일본 내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변수가 될 전망”이라며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성공하기 위해선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재정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퍼 교수는 최근 일본 국채 금리 급등으로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는 점에 대해 “비관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주가 급락이나 엔저 추세의 약화는 그동안 한쪽 방향으로 과도하게 쏠렸던 흐름이 정상적으로 조정을 받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이 일본 시중은행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점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시중은행들은 국채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6조6000억엔(약 73조원)의 평가손실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퍼 교수는 “아직 일본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할 여력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엔저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아직까지는 한국 외환당국이 엔저 상황을 조절할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는 얘기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