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받는 유장희 위원장 27일 오전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동반성장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장희 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위원회 관계자의 보고를 받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보고받는 유장희 위원장 27일 오전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동반성장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장희 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위원회 관계자의 보고를 받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동반위 결정 논란] 음식점·카센터 출점 일방적 결정…동반위 곳곳서 '파열음'
“불만이 있어도 안 따를 수가 없습니다. 요즘 공정거래위원회보다 더 무서운 게 동반성장위원회 아닙니까.”

한 대기업 외식업체 관계자는 동반성장위가 27일 발표한 음식점업 출점 가이드라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다는 동반위 설립 취지는 벌써 사라진 지 오래라고 했다. 국회를 중심으로 경제민주화 법안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반위가 공정위에 버금가는 ‘경제권력’으로 떠올랐다고도 했다.

실제 이 같은 상황은 대기업 음식점업 및 카센터 출점 가이드라인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동반위는 우선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 외식업체도 서울·수도권에서 역세권 반경 100m를 벗어나 신규 점포를 출점할 수 없도록 했다. 이는 대기업 중소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동반성장협의회가 지난 3월부터 논의한 내용과는 다른 결론이다. 당초 200m 기준을 제시한 대기업과 100m를 내세운 중소기업들은 상호 절충을 거듭한 끝에 대기업의 역세권 출점 범위를 150m 이내로 하는 방안에 거의 의견 접근을 이룬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열린 동반위 본위원회가 일방적으로 100m안을 결정해버린 것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100m라는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협의를 진행해왔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이러려면 그동안 14차례나 회의를 할 필요도 없었던 것 아니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기업과 동일한 출점 기준을 적용받게 된 중견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맨주먹으로 출발해 이제 겨우 모습을 갖췄을 뿐인데, 왜 대기업과 똑같은 규제를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더욱이 중견기업들은 그동안 관련 회의에서 발언할 기회도 제대로 갖지 못했다.

동반위가 이날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자동차전문수리업(카센터) 등을 지정한 데 대해서도 뒷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3년간 신규 출점 규제에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동반위가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렸다”며 “개별 기업의 영업전략을 이런 식으로 규제해도 되는 거냐”고 목청을 높였다.

동반위는 카센터 사업에 진출한 대기업에 대해 △공공시장 입찰 참여 금지 △가맹점 수 동결 △대기업 신규 진입 자제를 권고했다. 단 삼성화재 LIG손해보험 등 보험사가 운영하는 카센터는 산간벽지 긴급출동 등을 위해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측과 협의해 출점을 결정하도록 했다.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 카센터는 신도시 진출 등 경영상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연간 현재 매장 수의 2% 이내 확장을 허용했다.

이 같은 동반위의 결정은 내달 1일부터 3년 동안 적용된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사회적 압력을 의식한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이 결정을 거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동반위의 이번 결정이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은 두고두고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반위의 이 같은 독주를 견제하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하고 있는 대기업의 선도적 투자나 중견기업 육성도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우려 섞인 관측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