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대일 무역적자 매월 증가
일본엔 미국 이어 두 번째 흑자 무역상대국


엔저 여파로 올해 들어 매월 대일 무역역조가 늘면서 한국이 사실상 두 번째로 많은 무역흑자를 일본에 퍼주는 국가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일본 재무성의 4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4월 대일 무역적자는 2천482억 엔(약 2조6천93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5.7%, 전월보다 3.6% 증가했다
이로써 지난 1월 888억 엔이었던 대일 무역적자는 2월 1천336억 엔, 3월 2천395억 엔에 이어 4월까지 석 달 연속 확대됐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집계 상으로도 대일 무역적자는 1월 15억2천만 달러, 2월 20억7천만 달러, 3월 26억2천만 달러로 매월 늘었다.

이처럼 대일 적자가 증가하면서 일본의 무역흑자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 1월 일본에 무역흑자를 많이 내주는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미국, 홍콩, 대만, 태국 다음의 다섯 번째에 머물렀다.

그러나 2월 들어 미국, 홍콩, 대만에 이어 네 번째가 됐고, 3월과 4월에는 대만을 제치고 미국, 홍콩에 이은 일본의 세 번째 흑자 무역상대국으로 떠올랐다.

이 중 홍콩은 중국의 일부로서 홍콩의 적자가 중국의 막대한 대일 흑자로 상쇄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사실상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흑자를 일본에 내주는 나라가 된 셈이다.

4월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5천629억 엔으로 한국의 적자는 미국의 44.1%에 해당한다.

일본은 엔화 약세로 연료 등의 수입 비용이 늘면서 4월에 8천799억 엔의 무역적자를 냈으나, 한국에서 올린 대규모 흑자로 그나마 적자폭을 줄였다.

이러한 추세는 엔화 약세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대일 수출이 크게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대일 수출은 2월 -17.1%, 3월 -18.2%, 4월 -11.1% 등 3개월 연속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이 기간 원·엔 재정환율은 작년 12월 말 100엔당 1,266.91원에서 22일 현재 1,082.16원으로 13.3% 상승했다.

한국은 장비·부품 등 제품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의 상당 부분을 일본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어 대일 무역적자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엔저로 대일 적자가 급속히 불어나는 반면, 한국의 전체 수출은 3월 0.2% 증가에 그치는 등 사실상 정체하고 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원·엔 환율 수준은 한국 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과 굉장히 유사한 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에 한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신 부문장은 "일본과 경합하는 주요 수출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외환 부문의 안정성을 강화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대응책은 마땅치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