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0%대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중심인 대기업들의 성적표도 급격히 악화되는 모습이어서 걱정이다.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한 10대 그룹 상장사들의 수익성은 급전직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10대 그룹 상장사(92개) 중 현재까지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29개다. 이들의 매출 합계는 194조81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9%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익은 각각 15조388억원, 12조35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 5.17% 각각 증가했다. 얼핏 보면 불경기를 뚫고 선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 분기 연속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삼성전자를 뺀 28개 기업의 매출은 전년 대비 1.45% 늘어 제자리걸음을 했다. 심각한 것은 수익성이다. 영업이익은 19.45%, 순이익은 무려 34.85%나 줄었다. 10대 그룹 상장사의 3분의 1가량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나머지 60여개사의 성적표도 별로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2분기 이후도 나아질 게 없다는 데 있다. 뭐니뭐니 해도 엔저가 걸림돌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선박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수출 업종의 피해는 1분기에 이어 2분기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4월 수출 실적을 보면 자명하다. 선박 수출이 44.8%나 줄었고 철강(-13.6%) 자동차(-2.4%) 등 13대 주요 수출 품목 중 5대 품목의 수출이 감소세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34년 만에 무역투자진흥회의를 부활시킨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하지만 몇몇 기업의 민원을 듣고 현장 규제 일부를 풀어주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은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상대로 마음껏 뛰도록 격려하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의 덩어리 규제가 엔저와 함께 하루하루 기업을 옥죄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엔저 극복은 고사하고 대·중소기업 모두 공멸할 수도 있다. 정부는 대한민국 대표기업들의 실적 붕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