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판 세계은행 설립은 반길 만한 일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사진)가 지난 20일 아사히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19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춘계 회의가 한창인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신흥국 그룹을 대표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는 지난달 말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자체적인 개발은행 창설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언론에선 선진국이 주축인 세계은행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 총재는 “세계은행과 각국 정부의 원조만으로는 인프라 투자 수요를 채우기에 역부족”이라며 “세계은행은 지금까지 다른 다국적 개발은행들과 협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은행에서 신흥국의 목소리가 앞으로 더욱 강력히 반영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18~19일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일본의 양적완화에 대해선 “일본의 경기부양책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선진국의 경기 회복은 개발도상국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의 경제성장은 개도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에 대해선 “구로다 총재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며 “일본을 위해서, 세계를 위해서 그의 성공을 희망한다”고 평가했다.

김 총재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로 불어난 유동자금이 신흥국에 급격히 유입돼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아직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진국의 넘치는 투자금이 신흥국에 흘러들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