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 현
부총리,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전삼현 숭실대 교수.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 현 부총리,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전삼현 숭실대 교수.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창조경제의 귀착점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말했다.

그는 11일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지난 정부가 성장을 목표로 제시했다면 박근혜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용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부총리는 “세계경제가 적어도 5년 동안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면 올해 우리 경제는 2% 후반대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복지 실현을 위해 5년간 135조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현 부총리=사실이다. 그래도 증세부터 고려하기보다 현재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는 것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지하경제 양성화와 관련해 상점에서 ‘현금으로 내면 물건값을 10% 깎아주겠다’고 하면 대다수 국민이 그렇게 한다. 그만큼 지하경제에 익숙해져 있다는 얘기다. 바꿀 필요가 있다.

▷차 교수=세무조사 강화로 오히려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현 부총리=은닉 재산, 해외 거래 등 그동안 보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접근을 하려는 것이다. 국세청장에게 영세업자나 중소기업들의 불안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전달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피터팬 신드롬’이란 말이 있다. 대기업을 규제하기만 하면 중소·중견기업들이 성장을 꺼리지 않을까.

▷현 부총리=지금의 대기업 규제 수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졌다고 본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 같은 제도가 대표적이다. 지금 다시 원점에서 논의하자고 하면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들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전 교수=고용을 늘릴 방법이 뭔가.

▷현 부총리=5년간 고용률을 5% 정도 끌어올린 나라가 네덜란드와 스웨덴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시간제 근로자가 많다는 점이다. 우리도 시간제 근로제를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부의 경우 정규직보다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걸 선호할 수도 있지 않나. 일자리 문제는 실업(unemployment)과 아예 일자리가 없는 상태(jobless)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경기를 살려 고용을 늘리고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밀레니엄포럼] 현오석 부총리 "복지재원 135조 마련, 쉽지 않겠지만 일단 찾아보겠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나.

▷현 부총리=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세수 부족분 12조원 외에 주택구입과 전세자금 지원 등 부동산 분야 지출에 1조원, 국세 감소로 줄어드는 지방교부세 보전분 2조원 등은 추경에 반영할 생각이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대학의 역할이 중요한 것 아닌가.

▷현 부총리
=어제(10일) KAIST를 방문했다. KAIST가 기술을 현물출자하고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결합해 만든 ‘i KAIST’라는 게 있다. ‘교과서 없는 학교’다. 59개국에 수출한다. 산·학·연 협력의 좋은 제도다.

▷권기찬 웨어펀인터내셔널 회장=중소기업 지원대책이 뭔지 궁금하다.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중소기업이 장기간 대출받는 것을 막고 있어 문제다.

▷현 부총리=지난 30년간 중소기업 대책을 펼쳤는데 왜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고민하고 있다. 중소기업도 선별화, 즉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경쟁력 있고 필요한 기업에 정부 지원이 가는지 따져보겠다. 장기 대출 문제도 신중해야 한다. 장기 대출 때문에 새로 창업한 기업이 혜택을 못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백수경 인제대백병원 부이사장=의료 서비스는 창조형 서비스산업인데 규제가 심하다. 외국인 유치를 통해 산업 의료를 발전시키면 결국 의료복지에도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

▷현 부총리=의료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개선점을 찾겠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성장 잠재력 하락과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장·단기 과제를 함께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현 부총리=저도 같은 생각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투입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현승 SK증권 대표이사=정책은 타이밍(시점)이 제일 중요하다.

▷현 부총리=동의한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돼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는데 국회에서 세법 등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정부도 국회나 이해당사자를 고려해 정책의 집행 타이밍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부동산 시장 문제는 집값에 대한 과도한 비관 심리 때문 아닐까.

▷현 부총리=그렇다. 부동산 정책 하나로만 해결할 수 없다. 결국 경기와 같이 가야 한다. 부동산 가격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경기 활성화도 가능하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 이사장=한국 경제는 공공부문의 비중이 매우 높다. 공기업 민영화에 관심을 둬야 하지 않을까.

▷현 부총리=민영화를 오너십(소유권) 개념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교도소 같은 공공서비스를 민간이 담당할 수도 있고, 민간이 해온 시내버스 사업을 공공부문이 할 수도 있다. 다만 국가의 중요한 기능이나 공공성이 강한 부분을 민간이 담당했을 때는 다른(부정적) 측면이 있으니 굉장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장 교체를 위한 목표시한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임기제는 가만히 있어도 임기까지 보장한다는 게 아니라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의미다.

▷강석인 언스트앤한영 부회장=산업은행 민영화를 철회한 뒤 정책금융공사를 어디에 두겠다는건지 정부 방침이 명확하지 않다.

▷현 부총리=이번 기회에 정책금융의 역할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첫째, 흔히 얘기하는 정책금융의 역할이 있고 둘째, 위기에 필요한 정책금융의 역할이 있다. 셋째, 대규모 국제 프로젝트 때 파이낸싱(자금조달) 역할이 있다. 각각 어떤 기구와 조직이 필요한지 생각해보고 정책금융공사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정부가 말하는 ‘증세 없는 세수 방안’은 잘못된 말이다. ‘세율 인상 없는 증세 방안’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현 부총리=표현은 좀 더 고민하겠다.

▷신호주 삼일회계법인 고문=어떤 부총리로 기억되고 싶은가.

▷현 부총리=세 가지 면에서 균형적 시각을 유지하고자 한다. 단기와 중장기, 거시와 미시, 국내와 글로벌 측면에서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 경제부총리가 모든 부처를 예산으로 장악하는 시대는 지났다. 조정안을 갖고 충분히 논의하고 협업해야 한다.

김유미/김우섭/고은이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