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지주, 금융자회사 매각] "5년간 세금 낭비·허송세월…관료·정치권·노조 모두 책임"
정부가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을 백지화한 데 이어 비은행 자회사를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책임 논란과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정부의 핵심 공약이자 2009년 여야 합의까지 이뤄낸 산은 민영화가 무산되면서 누군가는 이를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산은 민영화 논의의 첫 단추는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2008년 초에 꿰어졌다. 당시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주도했다. 산은 주식을 매각한 돈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강조하며 정책을 밀어붙였다.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산은 민영화 논란은 2009년 4월 여야가 산은법 개정안에 전격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2014년 5월까지 산은금융 주식 한 주 이상을 무조건 팔기로 했다. 같은 해 10월엔 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도 분리했다.

청와대가 2011년 민영화 반대론자였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산은을 맡기면서 작은 변화를 맞게 됐다. 강 전 장관은 당시 “지분 50% 이상을 파는 식의 민영화는 어렵다”는 조건을 달고 산은 회장직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민영화가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기업공개(IPO)로 방향이 틀어진 배경이다.

하지만 산은 IPO는 지난해 다시 암초를 만났다. IPO를 위해선 산은 대외채무 정부 보증에 대한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는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노조의 반대로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무산됐다. 올 들어선 아예 정책 자체가 백지화됐다.

산은 민영화 추진과 백지화는 이명박정부의 대표적 ‘정책 실패 사례’로 꼽힌다. 법까지 뜯어고치며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했는데, 이제 와 백지화를 거론하면서 국민세금과 5년간의 시간, 기회비용 등을 모두 낭비하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산은 민영화나 IPO를 전제로 개인금융을 강화하면서 정규직으로 뽑았던 다이렉트뱅킹 관련 고졸 인력들은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위기에 처했다. 개인금융 사업부문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문제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의 민영화 약속을 믿고 돈을 맡긴 고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장창민/이상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