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ET 홍콩콘퍼런스] 금융위기 전문가 사이먼 존슨 MIT 교수, 유럽위기 이제야 2회말…더 강력한 통합정책 펴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는 야구로 치면 이제 겨우 2회말, 3회초 정도를 지났습니다. 9회말 게임이 끝날 때까지는 아직 멀었죠.”

‘새로운 경제적 사고를 위한 연구소(INET)’의 홍콩 콘퍼런스에 참석한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49·사진)는 지난 6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해결하려면 보다 강력한 통합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글로벌 경제금융위기 전문가인 존슨 교수는 유럽연합(EU)이 그들의 체제를 개혁하지 않고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 위기의 원인은 정치

존슨 교수는 “EU는 재무부와 은행을 통합하는 등 재정적, 통화적으로 완전한 통합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지금의 긴축정책도 세계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에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존슨 교수는 유럽 통합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경제가 아닌 정치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유럽 국가들이 서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독일은 그리스를 싫어하고 그리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존슨 교수는 “정치는 기술적으로 보면 경제문제보다 해결하기 쉽지만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더 강한 충격뿐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교수는 “유럽이 이탈리아가 망하는 것을 두고 보고, 그로 인해 끔찍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강한 통합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 전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키프로스 문제도 결국은 유럽자본의 위기라기보다 유럽 불평등을 강화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키프로스 구제금융 조건으로 유럽은행에 대한 믿음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여기에 영향을 받는 것은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국가의 은행”이라며 “독일처럼 건전한 금융환경을 갖춘 곳은 오히려 자본이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내의 자본 집중이 유로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독일은 쉽게 자본을 모을 수 있고 이자율도 낮출 수 있겠지만 결국 그것이 유로존의 은행시스템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이 역시 은행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인데 정치인들이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세계 경제에 얼마나 손해를 끼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국, 창업 기회 늘려 대기업 의존 낮춰야

존슨 교수는 유로존을 제외한 다른 지역 경제는 상대적으로 나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엔저 정책이 일본 경제를 부흥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고령화 등 해결해야 할 국내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엔저 정책만으로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엔저로 고민하는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고급 제품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1960년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했던 방법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며 “엔화 가치가 높아 수출에 어려움을 겪던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제품의 질을 높이고 최고급 럭셔리 차를 출시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브랜드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존슨 교수는 한국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조언도 내놨다. 그는 “삼성 등 대기업이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어떤 나라든 한 기업에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며 “노키아에 기대던 핀란드를 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교육수준이 높고 첨단기술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대기업으로 들어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쉽게 창업하고 도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콩=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