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는 다른 부처와 달리 장관 보고가 20분에 그쳤다. 대신 나머지 1시간40분간 참석자들 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벤처 1세대 창업자와 신용불량자 상담사 등이 나와 벤처 비즈니스의 어려움과 신불자들의 고통에 대한 생생한 현장 얘기를 들려줬고,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하나하나 정책 대안을 주문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첫 발제자로 나선 1세대 벤처기업가인 유현호 제닉 대표는 벤처 환경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유 대표는 “10여년 전 창업해 2년 전 상장하기까지 중간에 투자자가 떠나는 등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특히 벤처창업자는 지분을 팔고 싶어도 세금 문제 때문에 팔 수도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일부 벤처창업자들은 돈을 회수하려고 머리를 굴리다 사기죄에 연루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벤처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활발한 벤처 창업을 위해선 벤처 1세대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벤처 1세대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자금을 쉽게 회수하고 또 다른 엔젤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금융과 세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또 “벤처기업들이 기업공개(IPO)까지 가지 않더라도 M&A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M&A 자금을 연구·개발(R&D) 자금으로 인정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해줄 것”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5월까지 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 금융위와 공동으로 벤처 M&A 활성화를 위한 협업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안성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대리는 연대보증 채무자들이 고통을 겪는 사례를 들면서 관련 제도 보완을 주문했다. 신불자 상담사로 활동하는 안 대리는 “본인 잘못이 아닌데도 연대보증으로 채무불이행자라는 낙인이 찍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못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며 “대부업체 등 사금융 피해를 입은 분들에 대한 구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금융권에는 연대보증제도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관행이 조속히 없어지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해주기 바란다”며 “좀 더 많은 대부업체들이 행복기금 협약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나 검·경 합동으로 불법 사금융 단속에도 나서 행복기금 효과가 배가되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