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학 이론 가운데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게임이론’이다. 게임이론은 각 행위자가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선택하는 과정을 연구한다. 다양한 분야를 분석 대상으로 할 뿐만 아니라, 연구 결과를 적용하기 쉽기 때문에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가운데 게임이론 연구자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임이론에서 이룬 연구 업적으로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앨빈 로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수상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로스 교수는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 주최로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막한 ‘2013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의 둘째날인 3일 세션 2에서 ‘새로운 성장을 이끌고 위기를 극복할 현실적 시장이론’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한다. 이어 유일한 한국인 제자인 이수형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와 고용, 교육, 복지 등 한국이 안고 있는 산적한 문제를 놓고 대담을 벌인다.

로스 교수의 핵심 연구 주제는 ‘짝짓기(matching system)’와 ‘시장 설계(market design)’다. 짝짓기의 의미는 결혼, 상급학교 진학, 직원 채용, 장기이식 등 다양한 현실적 상황에서 거래 쌍방이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에 드는 이성, 가고 싶은 대학, 하고 싶은 직업 등을 원활하게 찾고 실제로 맺어지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셈이다. 시장 설계는 짝짓기가 잘 이뤄지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로스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중요한 순간에 정작 당초 원하던 선택을 할 수 없거나, 아예 선택권 자체가 박탈된 상황에 놓이곤 한다”며 “이런 상황을 개선하면서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학자의 역할은 실패한 시장을 고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형 교수는 로스 교수 아래에서 리서치 펠로십 과정을 마쳤다. 2008년 듀오나 선우 같은 한국의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다가 로스 교수와 인연을 맺었다.

로스 교수는 미국 뉴욕시의 고등학교 지원 제도를 바꾸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시는 매년 중학교 졸업생들이 고등학교 지원 과정에서 극심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그중 40%가 원하지 않는 학교에 가야 했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뉴욕시는 로스 교수의 제안을 채택한 뒤 문제를 거의 해결할 수 있었다.

로스 교스는 한국의 대학 입시제도에 대해 “많은 대학이 입학시험을 같은 날 치르는 등 제도적인 요인 때문에 실제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학교 숫자가 너무 적다”며 “수십만명의 학생이 재수를 선택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학생들의 선택권을 늘리는 방향으로 입시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난해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이른바 ‘반값 등록금’ 등에 대해서는 “교육 재원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충분히 학비를 낼 수 있는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받아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써야 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구직자들이 대기업에만 몰리고 중소기업은 외면하면서 발생하는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에 대한 해결 방안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미국 대학의 경제학 박사 채용 과정을 바꾼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 경제학계에서도 상위 대학에는 지원자가 몰리지만 중·하위 대학은 쓸 만한 사람을 잡지 못하는 문제가 심각했다”며 “그냥 지원서를 뿌려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진짜 근무했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학교를 두 곳까지만 정하게 한 뒤 해당 학교에 미국 경제학회가 추천하는 지원서를 전달하는 방법을 사용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