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물가정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른바 'MB물가'를 폐지하고 민간의 감시 역량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직전 정부 물가정책의 아이콘인 MB물가가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MB물가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등장했다.

당시 유가가 뛰고 국제원자재 가격도 급등하자 민생 안정과 밀접한 52개 품목을 '관리' 대상으로 정했다.

해당 품목의 지수 평균은 MB물가지수가 됐다.

구시대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정부는 총력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품목에는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도 포함됐다.

쌀, 밀가루, 라면, 빵, 쇠고기, 고등어, 두부, 콩나물 등 기본적인 식료품은 물론 소주, 유아용품, 휘발유, 화장지까지 다양했다.

자장면, 전기료, 전철료, 시내버스료, 이미용료, 학원비, 납입금, 주거비(전월세금), 이동전화료 등도 포함했다.

MB물가는 물가가 뛸 때마다 주목받았고, 이들 품목은 지난 5년간 물가당국의 집중감시 속에 '시련'을 겪어야 했다.

우선 전기료, 상수도료 등 공공요금은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늘 흑자를 내던 초우량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MB정부 5년간 적자에 허덕이고 부채가 급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휘발유 값과 휴대전화 요금도 마찬가지여서 정유업계와 통신업계는 홍역을 치렀다.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기름값이 묘하다"라는 지적이 나오고서 궁지에 몰린 정유업계는 그 해 4월부터 석 달간 휘발유·경유값을ℓ당 100원 내리기도 했다.

통신업계도 통신비 인하에 앞장서야 했다.

2011년 7월에는 지역별 비교에 방점이 찍힌 제2의 MB물가가 나오기도 했다.

주요생활물가를 10가지 정도만 선정해 매달 공개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시내버스, 지하철, 삼겹살, 돼지갈비, 김치찌개, 된장찌개, 설렁탕, 자장면, 배추, 무 등 10개 품목의 물가를 16개 광역시도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공개되기도 했다.

작년 초에는 '품목별 책임관'제를 도입해 농수산물 등 물가 잡기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물가안정의 총괄과 중앙공공요금을 담당하고,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배추·고추·돼지고기·쇠고기 등을 맡는 등 각 부처 1급 간부가 해당 품목의 가격 안정을 책임지도록 한 제도다.

'배추 실장'이라는 말이 회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MB물가의 5년간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6배에 달했다.

품목 자체가 변동성이 컸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사정도 있다.

새 정부에선 개별 품목의 물가를 잡는 대신 유통구조 개선에 방점을 찍기로 했다.

서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의 농협 하나로클럽을 찾아 농산물 유통과정이 복잡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통구조를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5월 안으로 농산물 유통구조, 공산품 유통구조, 서비스 공급구조 등 3개 분야의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가계 소비에 큰 부담이 되는 통신비를 낮추고자 대형 유통업체가 알뜰폰(MVNO)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통계청은 2월 소비자물가 발표 때까지도 MB 품목인 '52개 주요생필품 소비자물가지수 동향'을 보도자료에 넣어왔는데, 3월부터는 빠지게 됐다.

(세종연합뉴스) 정준영 구정모 기자 prince@yna.co.kr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