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개막한 ‘2013 제네바 모터쇼’는 세계 4대 모터쇼답게, 또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열리는 올해 첫 모터쇼답게 다양한 차들이 등장했습니다. 무엇보다 남자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슈퍼카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슈퍼카라는 말조차 약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 버리는 하이퍼카, 한 번 감상해보시죠.

슈퍼카 비켜! 하이퍼카 나가신다

1. 람보르기니 ‘베네노’

신차 라 페라리를 내놓은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오늘 소개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국내 공식 수입되는 브랜드라 잘 알려져 있거든요. 그래도 람보르기니 베네노는 소개하지 않을 수 없네요. 람보르기니 설립 50주년 기념모델이기 때문이죠. 외관부터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베네노는 최고속도 354㎞/h로 역대 람보르기니 중 가장 빠릅니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2.8초에 불과하죠. 베네노는 1910년대 악명 높았던 투우 경기 소의 이름입니다. 람보르기니의 전통 작명법이죠. 차가 부담스럽다고요? 걱정 마세요. 이 차를 능히 감당할 수 있는 3명에게만 한정 판매한다고 하네요.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일 것이며, 이마저 첫날에 다 팔렸답니다.

2. 맥라렌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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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원(F1) 경주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맥라렌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페라리, 로터스와 함께 서킷에서 상위권 경쟁을 벌이는 팀이자 슈퍼카 브랜드죠.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디자인과 엄청난 성능은 페라리와 자주 비교됩니다. 맥라렌이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신차 P1을 공개했습니다. 3.8ℓ 8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했고 최고출력 963마력, 최고속도 384㎞/h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2.8초로 베네노와 같습니다.

3. 부가티 ‘비테세’

프랑스의 슈퍼카 브랜드 부가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라는 칭호가 따라다닙니다. 디자인이 예술에 가까워 아트카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부가티의 베리온 슈퍼스포츠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431㎞/h)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스포츠 비테세에도 베리온 슈퍼스포츠와 똑같은 엔진이 들어갔습니다. 8ℓ 16기통 엔진의 최고출력은 1200마력, 최고속도는 410㎞/h입니다. 지붕 탈부착이 가능해 열고 달릴 수 있습니다. 가격은 얼마일까. 부스에서 만난 여직원이 “기본 190만유로(약 27억원)부터 시작한다”고 귀띔해줬습니다. 가격은 슈퍼급이 아니라 안드로메다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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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코닉세그 ‘훈드라’

슈퍼카 비켜! 하이퍼카 나가신다
스웨덴의 슈퍼카 브랜드 코닉세그가 내놓은 차는 훈드라입니다. 훈드라는 스웨덴어로 100이라는 뜻으로, 1994년 회사 설립 후 누적 생산 100번째를 기념해 내놓은 차입니다. 블랙 카본으로 덮인 차체에 순금 도금을 내외관 곳곳에 호사스럽게 장식했습니다. 5ℓ짜리 8기통 엔진은 부가티에 비해 작아보이지만 출력은 1030마력으로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단 한 대만 생산하며, 익명의 수집가가 계약했다고 합니다. 한국인이면 좋겠죠?

5. 파가니 존다 ‘후에이라’

이탈리아는 복도 많은 나라입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에 파가니 존다까지 죄다 이탈리아 회사죠. 후에이라는 6ℓ짜리 12기통 엔진을 탑재했습니다. 최고출력 730마력은 다른 슈퍼카에 비해 약해 보일지 몰라도 1350㎏이라는 가벼운 차체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3초 만에 주파합니다. 후에이라가 잉카어로 ‘바람’을 의미하는데 잘 어울립니다. 가격은 세금을 제외하고 98만9500유로, 우리 돈으로 약 14억원입니다. 이름과 달리 가격은 너무 무겁네요.

제네바=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