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억원대 법인세를 둘러싸고 론스타와 세무당국이 벌인 법정 공방에서 1심 법원이 론스타의 손을 들어줬다. 양측 간 과세와 관련한 소송에서 정부가 잇따라 패소하고 있어 외국 투기자본에 대한 세무당국의 힘이 약해질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심준보)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펀드가 한국 세무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내 주식투자에 대한 주요한 결정은 모두 미국에 있는 본사에서 이뤄져 론스타가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내 고정사업장을 전제로 법인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국내에 외국 법인의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보려면 보조적인 사업활동이 아닌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다만 ‘투자 소득은 론스타펀드가 아닌 벨기에 국적의 지주회사들에 귀속되었다’는 론스타 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주회사들은 원고들이 조세 회피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에 불과해 국내 투자로 벌어들인 소득을 지배·관리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며 “해당 소득이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회사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 법률대리인은 이날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정부 측 항소로 상급심의 판단으로 넘어갔지만 이번 판결로 외국 투기자본에 대한 과세 논란이 다시 한번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론스타는 벨기에에 있는 지주회사를 통해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스타리스, 극동건설 등을 차례로 인수한 뒤 되팔아 시세차익을 올렸다. 특히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8년 만에 4조6633억원의 차익을 실현하고 매각해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세청은 론스타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소득세와 법인세 46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원대 세금을 부과했지만 론스타 측이 거부하면서 관련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소득세 1000억여원은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돌려받을 수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당시 재판부는 “론스타펀드는 법률상 외국 법인으로 판단된다”며 “양도소득에 대해 법인세가 아닌 소득세를 부과한 세무당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