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이 격화한 가운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15~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집결한다.

유럽은 환율전쟁을 우려하지만 미국은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선진국 간에도 '엇박자'를 보이면서 G20이 환율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한국이 전 G20 의장국으로서 어떤 수위로 목소리를 낼지도 관심이 쏠린다.

◇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의 밑그림…환율전쟁 해법 관심
이번 회의는 올해 G20회의 공식일정의 출발점이다.

오는 9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정상회의의 밑그림이 나오는 셈이다.

회의는 ▲세계경제와 거시정책 공조 ▲투자재원 조성 ▲국제금융체제 개혁 ▲금융규제 개혁과 금융소외계층 포용 ▲에너지, 원자재, 기후변화 이슈 등 5개 세션으로 진행된다.

회의 결과를 담은 코뮈니케도 채택될 예정이다.

분위기는 작년과 달라졌다.

작년 멕시코시티 재무장관회의에선 유로존 위기 해결과 국제통화기금(IMF) 재원확충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올해는 환율이 최대 쟁점이다.

일본 등 선진국은 양적완화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우리와 같은 신흥국은 양적완화의 부작용을 막고자 자국의 자본규제 도입을 정당화하려 할 공산이 크다.

환율전쟁 우려는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도화선이 됐지만 올해 들어 일본이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엔화 절하를 노골화하면서 격화됐다.

미국 측에선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세계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독일 등 유럽은 일찌감치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신흥국에서는 불만이 가득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윤덕룡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일본의 양적완화가 국내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라 주장하고 신흥국은 이에 반대한다"며 "이번 회의는 확장적 통화정책이 진짜 '국내정책'인지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이자율을 낮춰 소비ㆍ투자를 진작시켜야 하지만 일본은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로 국내문제에 영향을 줄 수 없다"며 "돈을 더 푸는 것은 국제환율에 영향을 주려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韓 거시건전성 조치 정당성 강조할 듯…환율 해법은 '난망'
이런 상황에서 G20 회의 참석차 15일 출국하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떤 수준의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

박 장관은 지난달 일본의 양적완화에 대해 "국채이자 상승 등 여러 경로를 거쳐서 중장기적으로 비용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으며 G20 회의에서 대책을 촉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율 공방은 첫 번째 세션인 '세계경제와 거시정책 공조'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양적완화와 환율에 미치는 영향, 신흥국의 정책대응을 놓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기재부는 보고 있다.

우리측은 양적 완화의 부작용을 지적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작년 11월 멕시코 G20재무장관회의에서도 양적 완화에 따른 '스필오버(Spill-over)' 효과를 분석해 보자고 제안한 연장선상에서다.

이 제안은 수용돼 IMF 등이 검토 중이다.

기재부 류상민 협력총괄과장은 14일 "특정 현안을 놓고 문제 제기할 부분은 문제 제기를 하겠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자본규제 도입의 정당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해관계가 같은 브릭스 등 신흥국은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한국형 토빈세와 같은) 규제도입을 놓고 신흥국들의 공조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덕룡 선임연구위원은 "신흥국이 양적완화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방어기제를 마련할 경우 국제사회가 이를 해외자본에 대한 편파적 조치라고 비난해선 안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하게 의견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며 "곧 대통령이 바뀌므로 지금 팀이 큰 소리를 내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수습할 수 있는 만큼, 부담 없이 우리 입장을 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G20 회의가 환율 해법을 내놓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국가 간에 입장이 엇갈리는데다 미국이 일본의 양적 완화를 사실상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물밑 공방은 오가겠지만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해법을 장관들의 코뮈니케에 담아내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앞서 2010년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시장결정적 환율제도'를 따르자는 원론적인 해법을 넣는 것을 놓고도 엄청난 기싸움이 오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양적 완화와 환율에 대한 각국의 입장 개진이 있겠지만 코뮈니케에 구체적인 해법을 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cl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