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강남대로 3.8km 건설계획 선전…서울시, 난색에 불투명 사업

국내 최대 상권지역으로 꼽히는 강남역에 지하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서초구의 계획에 서울시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남역 일대에 지하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강남역 지하도시 건설은 사업 주체가 돼야 할 서울시가 난색을 표하면서 사실상 사업추진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올 초 신분당선 사업자인 두산건설이 신분당선 공사 과정에서 강남대로 지하공간 공사 계획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공식적인 제안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설명을 들어보면 진 구청장의 선거공약인 강남역 지하도시 건설은 사실상 서초구청장이 추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사업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서초구청 공식 트위터인 ‘서초뉴스’가 서초구청장 인터뷰를 리트윗하면서 “지하도시~SF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도심의 지하철역을 서로 연결한 거대도시를 말한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구간에 이러한 지하도시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라고 밝혀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신사역~양재역 3.8㎢ 초대형 지하도시…강남역 인근 시범구간만 면적 2만㎡ 넘어

진 구청장은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강남대로 일대에 초대형 지하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서초구 ‘열린 구청장실’ 홈페이지에는 지금도 진 구청장의 ‘강남대로 지하도시 건설(장기추진)’ 공약의 개요와 추진현황이 상세히 나와 있다.

이에 따르면 강남대로 지하도시는 강남대로 일대를 따라 지하공간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기본계획구간은 ‘강남대로’(신사역 ~ 양재역)다. 길이는 3.8㎞, 폭은 42m라고 규모도 제시했다.

시범사업구간은 강남역에서 신논현역 사이다. 강남대로를 따라 515m 길이에 폭 42m의 지하도를 파고 이곳에 보행로와 광장, 방재시설, 주차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조성시설에는 상가도 포함돼 있다.

시범사업구간인 강남역에서 신논현역 사이의 지하공간만 해도 면적이 2만1630㎡에 달한다.


‘열린 구청장실’에 따르면 서초구는 강남대로 지하도시 사업에 대한 타당성 연구용역을 2010년 7월부터 2011년 2월 사이에 시행했으며, 2011년 12월까지는 관련기관과 협의를 진행했다. 관련기관에는 국토해양부, 서울시, 강남구, 두산건설 등이 열거돼 있다.

향후계획으로는 2013년에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14년에 공사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011년 관계기관 협의에서 서울시가 난색을 표하면서 사실상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서울시 “시민 불편에 공공투자 공감대 조성 힘들어” 난색

서울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재작년과 작년 사이 관계기관 협의가 진행된 것은 사실”이라며 “서초구의 계획은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지하공간을 개발해 지하상가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교통불편을 감수할 공감대를 조성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사업을 민간이 추진하더라도 공공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교통 불편 외에도 시설 자체의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투자에 나서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입장이 중요한 이유는 강남대로가 서울시도에 속하기 때문이다.

강남대로는 서울특별시도 제41호선의 일부다. 41호선은 송파구 장지동 복정역 사거리에서 강북구 우이동 도선사 종점까지 이르는 30.7㎞의 도로를 말한다. 헌릉로에서 시작하는 41호선은 강남대로와 한남로 등을 포함하고 있다.

결국 서울시가 관리하는 서울시도 지하를 서초구청장이 개발하겠다고 선거공약을 낸 셈인데, 사업주체로 나서야 할 서울시가 필요성에 의문을 표하면서 사업추진이 어려워진 것이다.

여기에 강남대로 지하공간에 상가 등 상권을 조성하면 강남대로 변에 있는 지상상권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강남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가 조성 시 강남대로 변 상권에 피해가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변 상인들은 지하에 상권이나 통로가 조성될 경우 지상 유동인구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강남대로 이면도로의 한 의류매장 관계자는 “강남역 지하상가만 해도 초대형상권이다. 여기에 신논현역까지 지하공간이 생기면 지상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강남구가 지하도시 건설에 반대입장을 취한 것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강남구가 특별히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 “지하도시 건설 시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강남대로 인근 강남구 쪽 토지의 용도변경이 가능한 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강남대로 인근 강남구 지역의 토지 용도는 대부분이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상업지역은 강남대로를 따라 폭 13m 가량만 지정돼 있는 이른바 ‘노선상업지역’ 형태다. 지하도시 건설을 상업지역 확장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사실상 중단된 사업추진을 다시 논의의 장으로 끌어낸 것은 두산건설이다.

신분당선 사업자의 최대주주인 두산건설은 올 초 신분당선 강남역과 지하철9호선 신논현역 사이에 지하로 환승통로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신분당선은 국토해양부 사업이다. 허가권자인 국토부에 사업자가 환승통로 관련 문의를 했다가 ‘서울시 의견을 확인하라’는 답을 듣고 서울시 의견을 물어본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견을 구두로 물어봤으며 이에 대해 서울시가 결정한 바나 추진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며 “비공식적 제안이고 현재까지 검토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두산건설이 올 초 환승통로 형식으로 제안한 지하공간 개발 역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논의 과정과 내용에 대해 서초구에 거듭 확인을 요청했으나 관계자는 “서초구가 아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서울시가 하는 일”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이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서초구청장의 선거공약 이행이 서초구 공무원도 모르는 가운데 추진된다는 사실에 이르게 된다. 공약이 처음부터 무리수임에도 확대·과장 의혹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