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0년 6조원이던 ETF 시장규모는 2011년 10조원, 작년 15조원으로 성장했다. 종목 수도 2010년 64개에서 작년 135개로 늘었다. 국내 주식형펀드 잔액이 감소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ETF 성장세는 더욱 돋보인다. 증권사들은 ETF를 활용한 금융상품을 대거 늘리고 있다. 운용전략은 물론 투자 대상이 점차 다양해지고 진일보하고 있다.

○ETF는 상장된 인덱스펀드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인덱스펀드다. 각종 지수 등 기초자산과 동일한 수익률을 추구한다. 일반 펀드처럼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KODEX200은 코스피200지수 등락을 그대로 추종한다. 코스피200이 하루 1% 상승하면 KODEX200도 비슷하게 오른 가격으로 거래된다.

ETF는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먼저 보수가 매우 저렴하다. 펀드매니저들이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얻기 위해 이른바 ‘적극적 운용’을 하지 않고 지수를 추종하는 ‘소극적 운용’을 하기 때문이다. 소액으로 여러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의 장점을 가지면서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거래의 편리성도 갖췄다.

ETF는 지수 움직임을 추종하기 위해 분산 투자를 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 투자 때 발생할 수 있는 부도나 파산 등 리스크도 피할 수 있다. 당일 매수한 ETF를 당일 매도해 단기 시세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주식을 팔 때 내야 하는 0.3%의 거래세도 적용받지 않는다. 때문에 매매빈도가 높은 투자자는 개별 주식에 비해 매매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진화하는 ETF랩

ETF랩은 ETF를 주로 활용해 운용되는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상품이다. 2011년 이후 자문형랩 시장을 대체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ETF 자체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투자 대상도 확대되고 있어 ETF랩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초기 ETF랩은 단순한 운용 전략을 갖춘 상품이 주를 이뤘다. 매달 특정 ETF를 매수하는 단순 적립식 ETF랩, 여러 ETF에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형 ETF랩 등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운용전략으로 무장한 ETF랩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 나온 ETF랩은 시장 전망에 따라 주식 ETF와 채권 ETF를 교체하거나, 일정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채권 ETF로 전환하는 새로운 운용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일정한 지수 변화에 따라 ETF를 분할 매수하기도 한다.

출시 후 약 3년 만에 70%의 누적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KDB대우증권의 ‘폴리원(Folione)’이 대표적이다. 이 ETF랩은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시장 전망 값에 따라 기계적으로 주식 및 채권 ETF를 교체 매매한다.

우리투자증권의 스마트인베스터랩은 자동매매시스템에 따라 지수가 일정 변동폭 기준보다 내리면 더 사고 오르면 덜 사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를 통해 매입단가를 평균적으로 고르게 만들어 지수 상승 때 수익률 높이기를 추구한다. 동양증권 ‘마이 더블유(My W) ETF 리서치 솔루션’은 주가지수 ETF를 편입하고 있다가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채권ETF로 갈아타는 전환형 상품이다.

○ETF랩은 10만원대도 가입 가능

ETF랩의 운용대상도 넓어지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국내 주가지수 또는 채권형 ETF를 활용하는 상품이 주류였다. 최근엔 중국 본토 ETF에 투자하는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KDB대우증권 ‘폴리원글로벌-차이나랩’, 한국투자증권 ‘중국본토 ETF랩’, 동양증권 ‘My W 차이코리아 ETF랩’, 미래에셋증권 ‘플렉시블 차이나(Flexible china)랩’ 등이 최근 출시된 중국투자 ETF랩이다.

ETF랩은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한때 큰 인기를 누린 자문형랩은 최소 가입금액이 3000만~5000만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ETF랩은 최소 가입금액이 10만원 단위부터 시작한다. ETF랩을 통해서는 투자 대상 분산효과도 거둘 수 있다. ETF랩 투자 대상이 채권, 원자재, 해외, 파생상품까지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주식과 채권은 물론이고 이들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군에도 투자해 위험을 줄인다.

ETF랩은 수수료도 저렴하다. ETF 자체의 수수료가 저렴해서다. 일반 주식형펀드나 자문형랩은 연 2.0~3.0%의 보수를 부과하는 데 비해 ETF랩 보수는 보통 연 1.0~2.0%다.

○투자 요령은

ETF와 ETF랩에 투자할 때는 자신의 위험 선호 성향과 ETF 운용 전략이 적합한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수보다 크게 오르내리도록 설계된 레버리지ETF에 투자하면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경우 손실 규모가 커진다. 보수적 투자 성향을 갖고 있는 투자자가 레버리지ETF에 투자할 경우 마음고생을 많이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TF를 거래하다 보면 일반적인 펀드 투자 때보다는 단기매매 성향이 커진다. 매매비용이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일반 주식형펀드 등에 가입하는 것이 수익률 측면 등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ETF가 국내 주식 이외의 다른 자산을 편입할 경우 관련 세금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 ETF는 비교적 거래량이 많고 매도호가와 매수호가의 차이가 별로 없는 종목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호가 차이에 의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TF랩을 선택할 때는 이를 운용하는 증권사의 운용 기법 및 시스템, 운용 인력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증권사 ETF랩의 장기 성과도 조목조목 뜯어볼 필요가 있다.

김희주 <KDB대우증권 상품개발부 이사 heejoo.kim@dws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