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재테크 시장에서 ‘중위험·중수익’이 화두가 됐다. 은행 예금과 같은 원금보장형 상품보다는 좀 위험하지만 기대수익률이 높고, 반대로 주식보다는 위험과 기대수익률이 낮은 상품이 바로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금융위기 당시 주가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원금 보장’에 대한 욕구가 커지기 시작했다.

연이어 발생한 유럽 재정위기로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경제권의 성장세가 둔화되자 각국 중앙은행은 유동성을 풀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시장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금 보장도 중요하지만 은행 예금만으로는 자산 증식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급부상한 것이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끈 주가연계증권(ELS)이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ELS 총 발행액은 전년 대비 35.4% 증가한 47조535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덱스 펀드와 성격이 비슷한 상장지수펀드(ETF)도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중위험·중수익 상품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의 순자산 규모는 작년 말 14조6941억원으로 1년 만에 47.8%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ETF로 자금이 몰리며 순자산이 15조원을 넘어섰다.

이들 상품은 투자 위험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통제하면서 ‘시중금리+알파’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낼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홈런을 노리며 삼진을 많이 당하기보다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출루율을 높이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역시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인기몰이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주식 시장도 연초 반짝 상승세를 보인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주요 대형 증권사 자산컨설팅팀은 올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자문형 ELS랩어카운트, 딤섬본드, 유전펀드, 하이브리드 파생결합증권(DLS) 등을 꼽았다. 자문형ELS랩은 투자자가 돈을 맡기면 전문가들이 알아서 ELS에 투자해 주는 상품으로 최근 새롭게 선보였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시장 상황에 맞는 다양한 구조의 ELS 편입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종합과세 해당자에게는 월지급식 ELS를 활용해 수익 발생 시기를 분산시켜 주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유전펀드는 분리과세 혜택이 있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들이 주목할 만한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이 펀드는 주식처럼 상장돼 거래되기 때문에 펀드 모집 시기를 놓친 투자자도 투자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보통 상품 구조가 복잡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자 전에 몇 가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현수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차장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투자할 때는 투자 상품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고, 투자 목표를 분명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아울러 “투자자마다 자신에게 적절한 위험과 수익의 기준을 세우고 이에 맞는 투자 비중을 사전에 확정한 뒤 이 원칙에 맞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