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기업 부실에 대한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 부실이 자칫 금융권 등에 전이되면 국내 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실제 건설·조선·해운 등 한계 업종을 주력으로 한 기업들은 국내외 경기침체 장기화로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최근 해외 자회사나 국내 핵심 계열사까지 매물로 내놓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해운 시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맺은 STX그룹이 대표적이다. STX가 은행권에서 받은 대출과 선수금 환급보증(RG) 등만 10조원에 달한다.

올해 그룹 전체적으로 1조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도 예정돼 있다. 때문에 STX는 작년 말부터 그룹 주력 계열사인 STX팬오션까지 팔기로 하는 등 뼈를 깎는 자구책을 추진 중이다.

동양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은행권에서 빌린 돈만 1조원으로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액까지 합치면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2조원에 이른다.

작년 수없이 위기설에 시달려왔던 동양은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레미콘과 가전사업부를 매각해 약 2조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안까지 내놨다.

일부 계열사가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을 맺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의 지분 50%를 추가로 매각하기로 했다.

그룹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한 탓이다. 하나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대한전선은 총 1조8000억원의 부채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취약 업종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관련 업종 대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자금 수혈을 통해 회생의 길을 터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실이 전체 경제로 전이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창민/이상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