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은 735개로 2005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코스닥시장 상장기업도 전년 대비 27개나 감소하면서 1997년 문을 연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증시 침체로 신규 상장하는 기업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도 전년에 비해 80% 이상 급감했다. 이처럼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숨통이 막히자 개선책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우선 성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의 코스닥시장 진입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구체적인 밑그림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개최한 ‘주식시장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 제고 방안’ 워크숍에서 윤곽을 드러냈다. 대표적으로 기업이 상장예비심사 청구 전 1년 동안 유·무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00% 이상 늘리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없다는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코스닥 공모주를 배정할 때 코스닥주식 편입비중이 60% 이상이면서 투자실적이 좋은 펀드나 우리사주에 우선 배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장범식 숭실대 교수는 “국내 자본시장은 유통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반면 발행시장의 자본조달 기능이 취약해 성장 원동력으로 미흡하다”며 “기업의 증시진입 및 상장유지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스닥 시장은 우량 기술주 중심 시장으로 정체성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성장성(매출액증가율 등)이 높은 기업에 대해 이익·매출·시가총액 등 규모요건의 적용을 면제하고 신성장특례 적용업종을 신성장 17개 업종에서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금융위와 거래소 등에서 검토되고 있다.

채권시장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적격기관투자가(QIB)제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책·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QIB 범위에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투자조합, 벤처캐피털을 포함해 기관투자가 범위를 넓히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중소기업의 채권을 모아 신용도를 높이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활성화도 자본시장을 통한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책기관과 은행 보험 증권사 연기금 등의 자금운용 기준을 완화해 자본시장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